[e노블리안스]박용/NEIS 싸움에 안타까움만…

  • 입력 2003년 6월 1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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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민심(民心)이 어지럽습니다. 교육부는 ‘나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네이스’, 일부 방송사는 ‘엔이아이에스’ 등으로 처지에 따라 부르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기술을 제공한 정보통신업계도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착잡한 분위기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영국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킨 ‘적기조례(赤旗條例)’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김창곤(金彰坤) 원장을 만났습니다. 35년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정보통신부에서 보내는 그는 ‘적기조례론’으로 ‘NEIS 논란’을 설명했습니다.

영국은 1826년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 자동차를 거리에 내놨습니다. 자동차가 거리에 나오자 마차업자들은 ‘자동차가 도로를 망친다’거나 ‘말이 놀라 마차 운행이 어렵다’는 등 자동차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영국은 ‘적기조례’를 만들어 자동차 규제에 나섰습니다. 자동차가 달릴 때 붉은 기를 든 사람이 자동차 앞에서 걷거나 말을 타고 가면서 통행인에게 경고를 해야 했습니다. 도심에서 시속 3.2km, 그 밖의 지역에서 시속 6.4km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도 붙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실용화한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뒷걸음질 치고 말았습니다. 더 나은 자동차를 위한 투자 의지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1896년 영국에서 적기조례가 폐지됐을 때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가솔린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10년 정도 뒤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사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입니다. 기존시스템(CS)의 취약한 보안문제 때문에 학교컴퓨터가 해킹의 온상이 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있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국가발전이나 인권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석기(石器)를 잘 다듬어 써야 할까요, 철기(鐵器)의 문제를 보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까요.

박용 경제부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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