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기-성장 '3重 먹구름'

  • 입력 2003년 6월 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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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소비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경기부양을 꾀하려 하고 한국은행은 콜금리 인하로 투자를 촉진하려 하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4%대에서 2∼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증가율 11개월만에 최저 ▼

▽수출 감소 심상찮다=화물연대 파업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국내 경기침체 등으로 5월 수출 및 수입증가율이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5월중 수출(통관 기준)은 작년 5월에 비해 4.4% 늘어난 147억9400만달러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작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그동안 증가율이 40%를 넘던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증가율이 19.4%로 떨어졌다.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 늘어난 135억2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올 들어 처음으로 흑자(12억6700만달러)를 나타냈지만 이는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으로 경기회복에는 오히려 좋지 않은 신호다.

▼기업인들 "경기 더 나빠질 것" ▼

▽기업인들 경기전망 비관〓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29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4분기(7∼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로 기준치 100을 크게 밑돌았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전(前)분기에 비해 좋아질 것으로 낙관하는 기업이 많은 반면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BSI는 작년 4·4분기(10∼12월) 111로 나타난 이후 연속해서 기준치를 밑돌았다. 2·4분기(4∼6월)에는 BSI가 97로 기준치에 근접하기도 했으나 이번에 다시 하락세로 반전됐다.

대한상의는 “이라크전쟁의 조기(早期) 종결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노사관계 등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으로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4%대 성장목표 사실상 포기 ▼

▽경제성장률 대폭 하향조정=한국은행은 그동안의 변화된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달 말 경제전망치를 한 차례 더 수정하기로 했다.

4월에 이미 경제성장률 4.1%, 소비자물가 상승률 3.9%, 경상수지 10억달러 적자 등으로 전망치를 낮췄지만 4월 산업활동 동향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서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4분기는 1·4분기보다 경제상황이 훨씬 나빠졌으며 민간소비 및 기업설비투자 위축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4월에 제시했던 4%대 성장이 어렵게 됐지만 연간 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성장률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오고 있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KDI 조동철(曺東徹) 거시경제팀장은 “세계경기 회복 지연 등 경제적인 요인과 함께 사회불안 등 경제 외적인 요인이 겹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BN암로는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2.0%로, 메릴린치증권은 3.5%에서 3.3%로 이미 낮춘 바 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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