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유아충치 주범은 부모 “齒, 엄마 미워”

  • 입력 2003년 6월 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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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 치과에서 어린이들이 칫솔질 요령을 배우고 있다. 충치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식사 후에는 반드시 칫솔질을 해야 한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 치과에서 어린이들이 칫솔질 요령을 배우고 있다. 충치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식사 후에는 반드시 칫솔질을 해야 한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6월 9일은 치아의 날이다. 만 6세에 첫 영구치(간니)가 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치아 건강은 예로부터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 많은 편이다. 특히 유아와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말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1년 실시한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은 충치가 감소 추세인 반면 한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12세 이하 유아 및 어린이의 경우 충치 수가 선진국의 3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동아일보와 서울시치과의사회는 치아의 날을 맞아 유아 및 어린이 충치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인식전환 필요=대한소아치과학회 이재천 홍보위원(서울 강남구 청담동 어린이치과 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아 및 어린이 충치에 대해 ‘썩은 부분을 떼어내고 다른 물질로 채워 넣는 구강질환’이란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 예방이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병’이란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도 충치 원인균 감염 여부를 조기에 진단해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예방법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가령 치아 막에 있는 세균을 배양해 충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정도에 따라 치아세척 등으로 충치균을 없애는 식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이수규 회장은 “생활 속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치아 건강상식을 익혀 그대로 이행해도 충치를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아 충치의 주범은 부모?=보통 생후 6개월이 되면 이가 나기 시작한다. 물론 충치 균이 전혀 없는 ‘순수한’ 상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를 껴안고 입을 맞추는 과정에서 충치균을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에게 엄마가 밥을 씹어 먹이는 과정에서 충치균이 옮아가기도 한다. 모두 부모의 무지(無知)가 충치를 부르는 셈이다.

무심(無心)한 부모 역시 유아 충치에 큰 책임이 있다. 아이가 보챈다고 별 생각 없이 우유병을 물리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이가 우유병을 오래 물고 있으면 우유 속의 젖당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산(酸)이 치아를 부식시킨다. 따라서 아이가 잘 때 우유병을 물리는 것은 금물이다.

▽젖니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한 돌이 되면 위아래 앞니가 나고 생후 30개월쯤 되면 20개가 모두 난다. 그러나 모두 나중에 빠지는 젖니라는 이유로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젖니는 간니가 나오기 전 미리 길을 닦고 턱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등 초등학교 4, 5학년까지 아이의 성장에 중요하다.

젖니는 이의 밖을 싸고 있는 법랑질의 두께가 간니의 절반 정도밖에 안돼 충치에 대한 저항도가 약하다. 게다가 젖니의 충치는 진행속도가 빨라 잘 모르는 사이에 확산되는 경우도 많다. 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간니가 나더라도 충치 발생확률이 높다.

▽생활습관 고쳐야 충치도 없다=무엇보다 치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치과 박기태 교수는 “치과 검진은 이가 처음 날 때 하도록 하고 만약 충치가 없더라도 3∼6개월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2∼4세의 아이가 밥을 먹을 때 입에 음식을 넣고 오랫동안 먹지 않고 있으면 충치 발생 위험이 높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아이가 직접 음식을 떠먹도록 하고 식사시간을 미리 정해 넘기지 않도록 한다. 또 간식을 줄이고 배가 고플 때 식사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조미료와 설탕이 든 음식을 적게 먹이고 고구마 같은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이면 구강세척 효과를 낼 수 있다. 칫솔은 따로 보관하고 아이들에게 전동칫솔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연령대별 칫솔질 요령▼

①출생∼앞니가 날 때까지=우유를 먹인 후 입안에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끓인 물을 적신 거즈로 입안을 고루 닦아준다.

②어금니가 날 때까지=손가락에 끼는 골무형 실리콘 칫솔로 이를 닦아주며 볼 안쪽과 혀를 함께 마사지하듯 닦아 준다.

③어금니가 나기 시작하면=아이를 위를 바라보게 눕힌 후 어린이용 칫솔로 구석구석 닦는다. 이때 적어도 치아 한쪽 면에 칫솔이 20회 이상 왕복하도록 해야 한다. 치약은 삼켜도 해롭지 않은 액체형으로 하거나 물을 대용으로 사용한다.

④만 4세 전후=치아 사이가 긴밀해지므로 칫솔질 이외에 치실로 치아 사이를 닦아준다. 어린이용 불소치약을 완두콩 정도 묻혀 닦도록 하며 아이가 치약을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⑤유치원 다닐 무렵=스스로 이를 닦도록 지도하고 매번 확인한다. 6세 무렵 어금니 구치가 나기 시작하지만 아직 음식을 씹을 정도로 충분히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물이 끼어 이를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아이를 눕힌 후 칫솔질을 한다.

⑥초등학생=가능하면 치과에서 검진을 통해 칫솔질 교육을 받는 게 좋다.

▼유아 충치 예방 수칙▼

·위 앞니가 나면 잠을 잘 때 수유를 하지 않는다.

·12∼14개월이면 수유를 중단한다.

·아기와 입 맞추기 전 반드시 이를 닦는다.

·아기가 돌이 되면 치과에서 정기검진을 시작한다.

·음식을 입에 물고 있지 못하게 하며 식사 후 이를 매 번 닦아준다.

▼어린이 충치 예방 수칙▼

·올바르고 규칙적인 칫솔질 습관을 기른다.

·3∼6개월 간격으로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는다.

·아침식사를 가능한 한 먹여 간식을 줄인다.

·청량음료를 마신 뒤에는 반드시 물로 입을 헹군다.

·단 음식을 피하고 섬유질 많은 음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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