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전력 증강]'핵위협' 고수 北에 경고

  • 입력 2003년 6월 1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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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1일 공개한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계획은 그 시기와 규모면에서 의미 심장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핵 위협'을 고수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동시에 세계 주둔 미군 재편 등 미국의 신 국방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에 첨단무기를 대거 배치, 전력의 질적 탈바꿈을 천명했다는 분석이다.

전력 증강 내용=이번에 공개된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계획은 대략 100여개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속배치여단(SBCT:Stryker Brigade Combat Team)의 한국 배치. 현재 미 본토에서 시험 운용중인 SBCT는 고성능 경장갑차량과 전차 파괴용 유도미사일을 갖춘 전투차량, 핵 및 화생방물질 정찰차량, 공병대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 여단이 보유중인 장갑차는 미국의 주력전차인 M1의 전투력에 손색없지만 무게는 3분의 1(20톤)에 불과해 수송기를 통한 신속한 배치가 가능하다.

이같은 경량화 덕분에 SBCT는 세계 어디든 96시간내 배치될 수 있으며 사단급 전력까지 갖추고 있어 주요 분쟁사태에 원활한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 육군은 2000년 5월부터 본토 방위능력과 세계 분쟁지역의 위협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 6개 기동여단을 SBCT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이라크전에서 처음 실전 배치된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은 구형(PAC-2)에 비해 명중률이 두 배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프레데터(predator)와 같은 무인정찰기(UAV)는 정찰임무 이외에 초정밀 유도폭탄과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해 공격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통합직격탄(JDAM)은 위성유도장치(GPS)를 통해 목표물 반경 수십미터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전쟁예비물자(WRSA)의 증강을 위해 4~6만톤급 수송선에 3~4척에 1개 중여단 규모의 전차 및 보병전투 차량을 싣고 해상에서 대기하는 사전배치전단의 배치와 함께 유사시 미군 전력의 신속한 배치를 위해 오산에 활주로를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미와 배경=향후 주한미군의 재배치나 감축이 '전력약화'나 '안보공백'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합의했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의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눈부신 첨단군사력으로 인해 더 이상 병력수는 전력의 척도가 될 수 없다"고 밝혀 주한미군의 점진적인 감축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또 실제로 미군 해외 주둔정책이 '단순 주둔'에서 '유사시 전개능력'으로 바뀐만큼 주한미군도 주일미군이나 주독미군처럼 분쟁 지역에 파견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군사전문가들은 "앞으로 미 2사단의 1개 여단이 SBCT로 대체돼 유사시 지역분쟁에 개입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한미군에 첨단전력이 보강되고 한국군의 역할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유사시 휴전선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와 야포로부터 서울 등 수도권의 방어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군사 전략적 조치에 무게를 싣는 분석도 만만찮다.

B-1, B-52 폭격기의 괌 배치, 칼빈슨 항모와 F-117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배치에 이어 공개된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계획은 북측에 강력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당초 전력증강 계획 공개에 신중론을 폈으나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의 방한을 앞둔 미측의 적극적인 요구로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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