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드라마 '야인시대' 야외세트장 1930년대 거리 재현

  • 입력 2002년 9월 8일 17시 21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있는 SBS 드라마 ‘야인시대’ 야외세트장. 5일 오후 2만평 부지에 재현된 1930년대 종로 거리에 들어선 순간, ‘딴 세상’이 펼쳐졌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계바늘이 70여년전으로 확 돌아갔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야인시대’는 2일 시청률 33.0%(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MBC ‘인어아가씨’를 뒤쫓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방송 시작(7월 29일 첫방송) 1개월여만에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은 탄탄한 극본과 실감나는 연기외에도 이같은 세트장이 주는 현실감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

▼1930년대를 그대 품안에▼

“청계천 밑 거지촌을 보니 가슴이 아려. 정말 그 땐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어. 종로경찰서니 풍미당이니 옛날 모습 그대로네. 어떻게 이렇게 똑같지?”

5일 오후 이곳을 찾은 박순애씨(78·인천시 남구 주안2동)는 어린시절 직접 봤던 종로 거리가 오버랩되는 듯 야외세트를 보며 옛 생각에 잠겼다.

2001년 11월 첫삽을 떠 올해 6월 완공된 야외세트장은 종로경찰서 보신각 화신백화점 우미관 등 당시 종로의 주요 건물들과 을지로, 명동거리, 길이 127m 폭 13m의 청계천, 수표교와 장통교, 광교, 전차 2대와 250m 길이의 레일 등을 실제 크기의 50∼80% 비율로 제작했다. 전체 건물 숫자는 총 120동.

가장 돈이 많이 든 건물은 지금의 국세청 자리에 위치했던 5층짜리 화신백화점으로 5000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쇼 윈도’에는 일본 기모노가 전시돼 있으나 실제 내부는 목재 합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실내 장면은 스튜디오에서 소화하고 이곳에서는 야외 장면만 찍기 때문이다.

종로 2가 YMCA 1층에는 김두한의 아지트였던 ‘종로회관’의 내부를 재현해놓았다. 당시 일본 맥주병이나 촌스러운 네온사인 등이 당시를 보여준다. 전차는 전기가 아니라 실제로는 배터리로 움직인다.

제작을 맡은 SBS 아트텍은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40여권의 국내 및 일본 서적과 현존하는 자료사진을 샅샅이 뒤져 6개월동안 준비기간을 거쳤다. 일본 도에이(東映) 영화사가 운영하고 있는 야외세트장도 답사했다.

30년대 당시 종로거리에는 초가나 기와 집이 많았으나 세트장에는 지어지지 않았다. 극이 60년대까지 전개될 예정이어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종로 거리의 변화를 미리 설정해놓은 셈. 제작을 총괄한 SBS 아트텍 서경수 감독은 “시대배경이 바뀔 때마다 일일이 다시 지을 수가 없어 임의로 지어넣은 건물도 많다”고 말했다.

▼오픈세트, 꿩먹고 알먹고▼

1930년대 당시 청계천 다리 밑 거지들이 모여살았던 판자촌을 복원한 모습.사진제공 SBS

‘야인시대’ 오픈세트 제작에 들어간 돈은 약 40억원. 부지 및 건립비는 모두 부천시에서 투자했다. 세트장은 부천시가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10만평의 영상문화단지 안에 들어있다. 나머지 8만평은 내년까지 세계 유명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전시하는 ‘월드빌리지’를 갖춘 테마파크로 관광상품화할 계획.

세트장만 갖춰진 지금도 이곳을 찾는 관람객 숫자는 평일 1000명에 이른다. 촬영이 없는 주말에는 하루 1만명에 육박한다. 현재 세트장은 무료로 공개되고 있으나 10월 중순부터는 3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을 예정. 주차장 수입까지 합치면 휴일 하루에만 5000만∼60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영화사 ‘강제규 필름’이 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를 찍겠다며 접촉해오는 등 부가 수입도 기대되고 있다.

통상 드라마 야외세트는 목재로 짓기 때문에 수명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천시 측은 사업 장기화를 위해 건물 기둥을 철골로 지었고 5년 이상 유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세트장 건물은 외관만 갖춰진 상태지만 앞으로 내부에 상가를 조성해 부가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박헌섭 부천시 정책개발연구단장은 “‘야인시대’ 세트장 유치를 위해 마지막까지 충북 제천시와 경합을 벌였다”며 “투자를 한 지역단체는 홍보가 돼 좋고, 드라마 제작진은 제작비를 아낄 수 있어 좋아 일종의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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