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철학 생태학⑤]인간과 환경은 함께 변해간다

  • 입력 2002년 8월 16일 17시 44분


피터 그랜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 진화생태학)
피터 그랜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 진화생태학)
세상은 늘 변화한다. 밤과 낮이 바뀌고 계절이 변함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도 변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 그리고 미생물에게도 환경은 변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은 우리 인간이 그에 대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으며 변화한다. 특히 나무를 자르거나 수질 또는 공기를 오염시키는 등의 영향은 대체로 파괴적인 것이다.

자연적인 것이든 우리 인간이 저지른 것이든 환경의 변화는 우리와 함께 사는 모든 생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생태학자들은 이 같은 변화들을 적어도 100년 이상 관찰해 왔다. 도대체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절멸할 위험에 놓인 생물개체군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근래 들어 생물학자들은 자연적 현상 또는 인간의 영향에 의해 생물들에게 어떤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충을 말살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때때로 더 큰 재앙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해충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무기에 대한 저항력을 어렵지 않게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라리아처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가축 또는 농작물을 해치는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양의 항생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미생물들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진화시켰다. 그래서 우리는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곤 했지만 미생물들은 늘 그에 대한 대응책을 들고 나온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저항성 식물을 개발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잘 조절된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더불어 장기적인 야외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 연구는 물론 대단히 중요한 일임에도 10년 이상 진행되는 야외연구는 드물다.

유럽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식물들의 번식체계 자체가 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생태학적 또는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며 생물종들의 분포마저 변화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30년 간 적도 근처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살고 있는 방울새들의 변화를 관찰하며, 그런 자연상태 아래에서도 얼마나 잦은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다. 새들의 몸 크기와 부리의 크기 및 모양은 시간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변화해 왔다. 해를 거듭하며 가뭄과 장마가 번갈아 나타남에 따라 새들의 몸도 함께 변화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갈라파고스 제도의 기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곳에 사는 새들은 또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인간의 활동에 따라 자연에 서식하는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의 운명이 좌우될 것은 분명해졌다. 이에 관해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생태학자들의 연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환경에게 대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연구해야 한다. 장기적 생태연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끝-

피터 그랜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진화생태학

번역〓최재천 서울대 교수·생물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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