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일 하다보니 젊음 되찾은 기분”

  • 입력 2002년 5월 8일 01시 25분


“젊은 사람들도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에 내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습니까.”

부천시 오정종합사회복지관(오정구 여월동 10의 46)에 가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먹음직스러운 뻥튀기를 구워 내는 최태식씨(72)를 만날 수 있다.

능숙한 솜씨로 기계를 다루는 최씨는 여간한 눈썰미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월∼금요일 아침 9시에 이 곳으로 출근해 오후 4시30분까지 수십 봉지의 뻥튀기를 만들어 시내 6곳의 무인판매대와 주문처에 배달한다.

한 달 평균 40만원 정도인 수입은 생활비로 쓰는 외에 가끔 집으로 찾아오는 손자 손녀에게 용돈을 쥐어 줄 정도.

“쉼 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내 힘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 만큼 좋은 건 없습니다.”

7년전 개인택시를 그만둔 뒤 줄곧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채 마냥 시간만 때우던 최씨가 작지만 자신의 사업을 꾸릴 수 있었던 데에는 ‘부천시니어클럽’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말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뻥튀기 사업’을 추천해 주고 200만원이나 하는 기계를 구입해 무료로 빌려준 것.

그동안 최씨 외에도 70여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부천시니어클럽을 통해 ‘내 일’을 찾았다.

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가 만 50세 이상 노년층의 소득창출과 사회참여를 위해 지난해 7월 개설한 기구로 부천외에도 서울, 대구 등 5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15개 시도에 추가로 설치될 예정.

부천시니어클럽의 경우 ‘푸른부천’(남성)과 ‘은빛도움’(여성)이란 모임을 통해 주차, 청소, 경비, 운전 등 용역 서비스와 가사, 간병, 아이돌보기 등 도우미 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사전 교육(3∼4일)을 실시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서는 공동작업장을 마련해 부업 거리도 찾아주고 있다. 현재 공동작업장에서는 노인 25명이 1회용 주사기 포장일을 1년 가까이 해 오고 있다.

생계유지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노인들은 입을 모은다.

몇 년 전 외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졌던 정모씨(여·65)는 지난해 7월 집 근처 아파트에 사는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을 맡으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정씨는 “나이가 드니까 불러주는 곳도 없고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며 “비록 나이 많은 도우미지만 아직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자원봉사 등 사회참여를 원하는 노인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찾아주는 것도 시니어클럽의 주된 사업.

현재 한글과 영어, 만들기, 태교와 상담 교육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노인들이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부천시니어클럽 임중철 관장은 “노인들이 소외와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업의 기본 취지”라며 “시니어클럽은 노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입지를 넓혀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부천시니어클럽 연락처는 032-684-4108∼9.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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