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랑은 삼촌뻘 남자와…" TV드라마 '나이차 많은 커플' 붐

  • 입력 2001년 12월 12일 15시 35분


TV드라마에서 연상여자 연하남자 커플의 유행이 한 풀 꺾이면서 삼촌과 조카뻘의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 커플 바람이 불고 있다.

SBS 일일극 '이 부부가 사는 법' 의 이영하 박소현 커플을 비롯해 MBC 주말극 '여우와 솜사탕'의 유준상 소유진, SBS 일요시트콤 '여고시절'의 정보석 이유진이 그 주인공.

압권은 '이 부부가…' 의 이영하 박소현 커플이다. 이영하는 46세의 화가로 상대역 박소현은 27세의 코디네이터로 19세나 차이가 난다. 극중에서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박소현이 아버지뻘에 가까운 남성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여우와…' 의 유준상 소유진은 띠동갑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늘 티격태격한다. 사소한 이유로 화난 소유진은 유준상에게 빌 것을 요구하고,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유준상에게 친구들에게 왜 형수님 이라고 소개했느냐며 책임지라고 큰 소리를 칠 정도다.

'여고시절' 에서는 이유진이 여고시절 담임이었던 정보석을 짝사랑하다 졸업 후 결혼으로 이어진 경우. 극 중 이유진은 비싼 자가용을 사겠다며 생떼를 쓰고, 남편의 바람을 의심해 미행을 하는 등 철부지 아내로 나온다. 정보석은 어린 아내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이같은 사례의 원조격은 5월 종영된 KBS 2 주말극 '푸른 안개' 의 이경영 이요원. 40대 유부남과 20대 여성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어른이 어린 소녀를 좋아하는 '로리타 콤플렉스' 나 불륜에 대한 거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남녀 관계에 대한 고정적인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유준상 소유진 등 극중 커플들이 얼마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지는 미지수. 극중에서 이들의 나이 차이는 새로운 남녀 관계나 부부상을 위한 고민의 소재이라기 보다 단순히 통속적 재미를 위한 해프닝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심각할법한 이영하 박소현 커플도 윤미라와 삼각관계 등에서 코믹하게 그려지며 정보석 이유진 커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평론가 김성기씨는 "금기시되던 소재를 정공법으로 다룬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관계를 묘사하는데 코믹적 요소가 지나치면 이들에 대한 편견이 더욱 악화돼 이런 사랑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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