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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한혜숙 "파출부 역으로 연기 인생 새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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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한혜숙 "파출부 역으로 연기 인생 새맛"

입력 2001-11-04 19:19수정 2009-09-1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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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려면 확실히 망가져야죠.”72년 데뷔 이래 30년간 ‘단아함’ ‘지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통했던 탤런트 한혜숙(51)이 처음 ‘망가진’ 역을 맡는다.

한혜숙은 5일부터 KBS 2 드라마 ‘미나’(월화 밤 9·50)에서 파출부 춘자역으로 등장하는 것. 》

한혜숙의 극중 변신은 놀랍다. 화장기없는 얼굴에 무릎이 터진 바지, 검정 고무신 차림으로 바람을 피우는 제비 남편 금복(한진희)을 향해 “야! 이 XX야, 니가 인간이냐. 뒈져버려!”라며 험한 말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고무신으로 남편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때리기도 한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

한혜숙은 지프(체로키)를 손수 몰고 다닌다. 그는 “젊게 살기 위해 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말했다.

대비마마(왕과비) 귀부인(이 여자가 사는 법) 사장(일과 사랑) 등 극중에서 온갖 ‘부귀’를 누려온 그가 파출부역을 기꺼이 맡은 것은 연기 생활을 하면서 ‘풍요 속의 빈곤’을 느꼈기 때문.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혼자 살면서 손수 살림을 해왔으니 파출부 연기는 따로 배울 필요가 없구요.”

#연기자는 자존심이 재산

그는 TV드라마에 자주 출연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1년 7개월만의 복귀다.

“배우요? 배가 고파도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야죠. 자기 이미지에 맞는 작품을 고르고 희소 가치가 있어야 해요.”

소신이 강해 그는 방송사에서 ‘거만하다’고 낙인찍히기도 했다. PD에게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촬영 펑크를 내는 것 등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3년을 꼬박 TV에 출연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여자론 실패, 그러나 배우론 만족

독신인 그는 여자로선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저도 여자예요. 왜 사랑을 안해 봤겠어요. 오래 못가서 그렇지…. 지금도 연인은 아니어도 가끔 만나는 남자 친구는 있어요.”

그는 서른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여동생 넷을 보살피느라 연애할 틈이 없었다.

탤런트 이영하(52) 서인석(51)이 절친한 친구다. 이영하는 “혜숙이는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뒤끝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데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에피소드 한가지. 그는 2년전 ‘왕과 비’에 출연했을 때 촬영도중 왼쪽 새끼 손가락이 으스러지는 부상에도 간단한 응급 처치후 촬영을 마무리했고, 올해 7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4개월째 물리 치료를 받고 있으나 ‘미나’촬영에 지각한 적이 없다.

#첫 키스가 연기

1993년 SBS ‘일과 사랑’의 결말에서 이영하와 3분이 넘는 키스 신을 찍다가 수차례 NG끝에 ‘진짜 키스’를 나눠 화제가 됐다. 그는 “처녀의 신분으로 한 첫 키스가 연기라니 정말 억울했다”고. 이 장면은 1992년 끝난 신세대 트렌디 드라마 ‘질투’의 최수종과 최진실이 나왔던 라스트 신과 유사해 당시 ‘중년 시청자를 위한 최고의 키스 신’으로 회자됐다.

#‘늙은 작부’를 꿈꾼다

그는 재수생이던 1972년 KBS 탤런트 시험에서 4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해 하명중과 출연한 ‘꿈나무’와 1975년 ‘꽃피는 팔도강산’으로 ‘TV 스타’로 자리잡았고 1986년 KBS 드라마 ‘노다지’로 한국방송대상, 백상예술대상 등을 받았다.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가 모두 ‘자신의 분신’이라는 한혜숙. 이제 파출부까지 한 그는 “세상의 온갖 풍상을 안고 살면서 인생의 의미를 새기는 늙은 작부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그의 또다른 꿈은 암자를 짓고 무료 양로원을 운영하는 등 ‘베푸는 삶’이다.

▼여성 탤런트 계보▼

1960년대 후반의 김창숙 김희준 안은숙이 TV 탤런트 트로이카를 이뤘고 1970년대는 한혜숙 김자옥 이효춘이 뒤를 이었다. 한혜숙 등은 같은 시기 영화계의 문희 남정임 윤정희과 인기를 다퉜다. 한혜숙은 “그때 팬들은 요즘 신세대 팬보다 더 열광적이었다”고 회상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김혜자 고두심 김영애 등이 TV 스타 대열에 합류했고 영화계에는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이 새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중 아직 결혼을 안한 이는 한혜숙과 장미희 뿐이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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