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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MBC 시청률 곤두박질, 고민은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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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MBC 시청률 곤두박질, 고민은 차곡차곡

입력 2001-08-09 14:58수정 2009-09-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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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강국·드라마 왕국 ‘옛말’… 연제협 사태, 야당과의 공방 등 시비 맞물려 ‘총체적 위기’

요즘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엘 가보면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먼저 방송국 주변을 서성거리며 연예인 ‘오빠’ ‘언니’를 기다리는 여학생 부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연예인, 매니저, 방송국 관계자들이 한데 섞여 시장통처럼 북적대던 건물 1층 로비는 영업시간이 끝난 가게마냥 한가롭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 거부사태가 한 달째로 접어들면서 ‘썰렁한’ MBC의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죠. 연예인들이 와야 뭘 어떻게 해볼 텐데… 집 나간 자식들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예능국의 한 PD는 착잡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연예인들의 출연거부 사태가 장기화하고 라디오와 지방 MBC에까지 확대하면서 MBC 예능국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제작한 필름으로 근근히 연명해 온 오락 프로그램들은 여유분이 바닥나는 이번 달부터 하이라이트 모음, 재방송, 땜질방송 등 파행방송이 불가피할 전망. 사태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제 양측 모두 사태를 마무리짓고 제대로 된 방송을 보게 해달라”는 의견을 개진하며 연일 MBC의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질하고 있지만, 연제협 사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채널 시청률 5개월 새 3위로 추락

“점점 볼 만한 프로가 없어진다” “이제 MBC는 보지 않겠다”는 일부 성난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가뜩이나 속이 타는 방송국 관계자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리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연제협과의 갈등이 현재 MBC가 당면한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방송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객관적인 자료인 시청률만 놓고 본다면 MBC는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김중배 사장 취임 직전인 올 2월 MBC의 채널 시청률(모든 프로그램의 가구 시청률로 평균을 낸 수치)은 11.5%로 1위였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은 8.5%로 3위로 하락했다(KBS1 9.4%, KBS2 7.5%, SBS 8.8% TNS미디어코리아 조사). 전체 시청률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데는 뉴스 시청률의 하락과 드라마의 부진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저녁 9시 메인뉴스인 ‘MBC 뉴스데스크’의 6, 7월 평균 시청률은 12.4%로 ‘KBS 뉴스 9’의 19.1%보다 6.7%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의 뉴스 시청률은 4월 중순 이후 눈에 띄게 떨어져 5월 중에는 한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5년 전만 해도 ‘뉴스 강국’을 자랑한 MBC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AC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95년 6월 MBC 뉴스데스크의 평균 시청률은 18.5%였다). 여기에는 뉴스 전에 방송하는 일일극의 저조한 시청률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일일극 ‘온달왕자들’의 뒤를 이은 ‘결혼의 법칙’은 평균 시청률이 15% 내외로 힘을 쓰지 못한다.

일일극을 포함한 사극과 수목드라마 등의 전반적인 부진은 ‘드라마 왕국’ MBC의 명성을 무색케 하고 있다. ‘허준’의 눈부신 성공에 힘입어 월화드라마는 계속 사극으로 내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의욕적으로 선보인 ‘홍국영’은 초반 10%의 저조한 시청률로 불안한 출발을 했으며, 최근에는 4~5%로 바닥을 기고 있다. 평균 시청률 40% 이상을 기록하는 KBS ‘태조 왕건’이나 SBS ‘여인천하’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이에 따라 MBC는 ‘홍국영’을 조기 종영하고 8월 중순부터 트렌디 드라마 ‘선희 진희’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스타 PD 이진석의 수목 미니시리즈 ‘네 자매 이야기’ 역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치밀한 준비 없이 만드는 드라마가 MBC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송위 제재 횟수는 117회 ‘1위’

AC닐슨코리아가 집계한 7월 ‘전국 시청률 톱 10’에 올라 있는 MBC 프로그램으로는 주말연속극 ‘그 여자네 집’이 유일하다. 11~20위에 ‘MBC 주말의 명화’ ‘섹션TV 연예통신’ ‘목표달성 토요일’ 등이 포진하고 있지만 상위 프로그램을 모두 다른 방송사에 내준 MBC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드라마 하나만 떠도 전반적인 시청률은 금방 역전된다”는 한 방송관계자의 말처럼 부침이 심한 시청률을 놓고 ‘위기’ 운운하는 건 과장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들어 MBC의 보도태도를 둘러싼 시비가 MBC의 공신력에 흠집을 냄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을 악화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정권의 나팔수’ 발언으로 시작한 한나라당과의 공방, 스포츠신문의 선정성을 집중 비판한 ‘PD수첩’의 보도로 빚어진 국내 스포츠신문들과의 갈등(이 보도 이후 스포츠지들은 MBC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보도를 계기로 시작된 주요 일간신문들과의 긴장관계, 방송이 내건 ‘공영성’에 걸맞지 않게 방송위원회에게서 공중파 중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는 보도(‘2000년 방송 심의 사례집’ 표 참조) 등의 악재가 겹쳐 어떤 사람은 ‘사면초가’가 아니라 ‘육면초가’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다.

“MBC는 순수하게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여당 전위대로 공격 받고 있다. 이런 외부의 비난이 방송에 대한 호감도나 선호도를 떨어뜨려 시청률 하락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MBC 출신의 한 언론계 인사는 “방송사란 게 시청률이 떨어지면 방송사 안팎에서 힘을 잃는다”며 작금의 사태를 우려한다. YMCA 시청자 모니터 모임의 김명선씨는 “언론개혁이 꼭 세무조사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텐데, 부수적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다. 지금처럼 신문과 대결구도로 가는 것 또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새로운 도약 기회” 분발의 소리도

최근 MBC는 시청률 하락을 막기 위해 일선 부서별로 대책을 논의하고 정기개편 외에 부분개편을 시행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자들을 전문보도기자로 임명하고 보도 프로그램 내 새로운 코너를 신설하는 것도 그런 움직임의 하나. 현재 추진중인 조직 및 인사개편 등 주요한 내부 개혁조치는 10월쯤 가시화할 전망이라고 보도국의 한 인사는 전한다. “많은 고민과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만연한 일등주의의 자만심에서 벗어나 우리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MBC 노조 홍보국장 홍기백씨는 “지금이 MBC에 위기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능국의 고민도 마찬가지. 연제협 사태를 계기로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를 포함해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이번 기회에 공영성에 걸맞은 독자적인 방송 시스템을 개발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도 빗발친다. 이 와중에 KBS는 발빠르게 가요순위프로의 폐지를 선언했고, 연제협 문제는 다른 방송사와의 연대 없는 ‘나홀로 투쟁’이 되었다. “다른 매체도 많은데 굳이 MBC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연예인들의 느긋한 ‘배짱’도 일선 PD들의 애를 태운다.

“이번 기회에 아예 연예인들을 빼고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요구도 있지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가수가 출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요순위 프로 폐지 등을 결정할 수도 없고요. 서로에게 이로울 게 없는 싸움이니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앞으로도 두세 고비를 더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예능국 장태현 부장).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MBC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올 3월 취임한 김중배 사장은 “MBC는 국민에게 유익한 공영방송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제3의 길’을 표방했다. 방송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MBC가 찾아야 할 ‘제3의 길’은 과연 무엇일까.

“다채널 시대를 맞아 방송의 상업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지켜 방송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건전한 사회문화를 일구는 데 MBC가 앞장서길 바란다”(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이동연 사무처장)는 외부의 목소리에 MBC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주간동아 제297호/200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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