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육 붕괴…교권 실추" 교사도 '脫한국'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33분


“전교생이 3000명이라고 하자 미국 초등학교 교장이 ‘학교가 아닌 수용소’라고 말하더군요. 열악한 교육여건을 무시한 채 미국식 제도만 도입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2학기부터 미국 사립학교 교사로 취업할 15년 경력의 현직 초등학교 부장교사 A씨(39)가 한국을 떠나는 이유다. A씨는 장관상, 교육감상 등을 수상한 인정받는 교사지만 교직에 실망해 이민을 결심했다. 줄 세우기와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 풍토에 중학생 자녀를 맡기기도 싫었다.

A씨와 같이 교사와 교육대생 사범대생 등 예비교사들이 취업이민에 나서는 ‘교원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전체 교사나 예비교사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소수다. 하지만 교권 실추, 열악한 교육여건, 자녀교육, 취업 불안 등을 이유로 한국을 등지려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데 교육 위기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교사 취업이민〓서울 강남구 미국 P법률회사 서울사무소는 2월 교사 취업이민 알선 웹사이트(www.paglawfirm.com)를 개설했다. 취업이민을 희망하는 현직교사 교육대생 사범대생 등 5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4월 열린 미국 교사 취업이민 설명회에는 100여명의 현직 교사와 대학생들이 몰렸다.

이 업체는 다음달 초 미국 교사와 전문가를 초빙해 취업캠프를 열 계획이다. 캠프 등록비만 38만원이지만 신청자가 몰려 오전 오후 2개반으로 나누고 수강자를 늘렸다.

업체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사기초소양시험(CBEST)에 합격하면 공립학교 교사로 취업할 수 있다”면서 “시험 준비부터 취업까지 알선하겠다”고 선전하고 있다. 시험 응시료와 체재비 등으로 2000달러, 취업 후 영주권 취득 수수료까지 합하면 1만2000달러 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희망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 대학원생 한 명은 8월 미국에서 실시되는 CBEST에 지원서를 냈다. 서울교대 1년생 강모씨(25)는 “졸업과 동시에 미국 교사로 취업하려고 틈틈이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떠나는가〓교직에 대한 불만과 치열한 임용고시 경쟁 등이 교사를 해외로 내몰고 있다.

5월 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 26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3%가 교직생활에 대해 ‘그저 그렇다’거나 ‘불만족스럽다’고 대답했다. 교총 황석근(黃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