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반벙어리와 만두 소동

  • 입력 2001년 6월 20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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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나가서 그 나라 말을 제대로 못하면 맨날 시키는 음식이나 시키고 아니면 그냥 한국 식당에서 속 편하게 먹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조금씩만 배워놓으면 그 나라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맛볼 수 있답니다.

한자 하면 내로라 하는 홍 대리도 처음 중국에 도착했을 때 그야말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조리 간자로 써 놓고 우리가 안 쓰는 글자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죠. 글자를 잘 몰라 우리가 겪었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답니다.

진시황의 병마용이 있는 고대 도시 서안(西安)에서의 어떤 하루. 중국의 물가나 음식에 익숙하지 않던 우린 '오늘은 또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에 빠졌답니다. 또 마파두부? 볶음밥?으... 오늘만은.....

결국 무엇을 먹을지 결정 못한 우린 병마용을 가기 위해 시안역 근처로 갔는데 '해방로 교자관'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눈에 띄는 겁니다. 교자? 만두? 그래 오늘은 저거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저녁은 저걸 먹자!

병마용과 화청지를 모두 돌고 피곤한 몸에도 우리는 두툼한 만두먹을 생각에 눈을 말똥거리며 다시 '해방로 교자관'을 찾아갔습니다. 너무도 당당하게. 메뉴판을 쭉 보니 이 집의 대표작인 물만두와 찐 만두가 서너 종류 있었습니다. 참고로 메뉴판에는 이렇게 씌여있었죠.

三鮮水餃 14元/500克

魚香蒸餃 12元/?(대죽변에 붙은 이상한 글자인데... 아무리 봐도 모르는 글자..)

흠. 가격도 괜찮네. 오늘 배 터지자. 우린 삼선물만두 1인분, 찐만두 1인분을 시키기로 하고 거만하게 종업원을 불렀죠.

■우리 입장에서

우리 : (메뉴판을 가리키며) 삼선물만두, 어향찐만두.

종업원 : (알겠다는 듯) 샬라 샬라

우리 : (그 쯤이라는 듯 검지손가락으로 '하나'라고 가리키며) 원 앤드 원!

종업원 : (당황하며 고개를 내젓는다) 샬라 샬라 우리 : (답답해 하며 14元을 가리키며) 원!!

여 종업원은 카운터쪽으로 갔고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거리더니 다른 종업원이 왔습니다.

다른 종업원 : (답답하다는 듯 물만두 메뉴를 가리키며 1개 표시를 하며 엑스 표를 그으며) 샬라 샬라

홍대리 : 이상하네. 얘들 왜 이래 1인분 달라니까

설마담 : 웃기는 애들이야. 장사 안 하자는 건가? 혹시 1인분은 안 되는 것 아냐?

홍대리 : 그런가? (다시 종업원에게)오케이,그럼 투!

다른 종업원 : (더 당황하며) 샬라 샬라

그러더니 종업원은 펜을 꺼내더니 500克 = 60個, 最小 12個라고 쓰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 푸하하.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구나.

■종업원 입장에서

우리 : (메뉴판을 가리키며) 삼선물만두, 어향찐만두

종업원 : 뭐야 이 자식들. 중국사람인줄 알았더니. 반벙어리아냐. 알았다. 얼마나 먹을꺼냐?

우리 : 원 앤드 원!

종업원: 뭐? 만두 한개를 달라고? 뭐 이런 자식들이 다 있어? 한개 먹는 놈이 어디 있냐? 최소 12개는 먹어야지. 몇 개 먹을꺼야?

우리 : 원!

종업원 돌아가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다.

종업원1 : 야! 저 자식들 만두 한 개만 먹겠다는데 어떡하지?

종업원2 : 일본 놈들인가? 무지 짠돌이네. 일본놈들은 돈 많다던데 왜 저러지?

종업원1 : 한개만 내줄까? 카운터보는 사장님이 화낼텐데. 계산도 어렵고.

종업원2 : 내가 가서 이야기해볼께. 쟈식들. 여기가 일본식당인줄 아나 한개씩 팔게.

다시 우리에게 와서

종업원2 : 쟈샤! 한개는 안돼. 1개는 엑스야.

우리 : 오케이, 그럼 투!!

종업원2 : 이 자식들 보게. 1개나 2개나 오십보 백보 아냐? 500그램은 60개야. 최소 12개는 먹어야돼.

우리 : 푸하하.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구나. 울먹울먹...

물만두는 그램으로 계산해서 파는 거라 보통 수십 개씩 시켜야 되는 거란걸 몰랐던 거죠. 결국 우린 물만두 12개와 찐만두 18개(참고로 찐만두는 한판씩 파니까 '1개'라고 주문해도 됨. )를 먹었습니다. 즉 물만두는 보통 1인당 20개 정도 먹으면 되고 가격도 무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우리가 먹은 물만두 12개의 가격은 2.8원! (중국 1원=한국 150원)

우여곡절 끝에 시켜먹은 물만두와 찐만두. 물만두는 우리 중국 집에서 먹는 물만두와 비교할 때 속이 더 알차고 껍질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더군요. 그래서 훨씬 먹을만합니다. 10개만 먹어도 진짜로 배불러요.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만두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더라구요. 500그램 60개를 다 시키나봐요. 어향찐만두는 고추기름으로 속을 볶아 넣은 만두로 매콤한 맛이 나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더라구요. 특히 국물이 안에 고이도록 만드는데 탁 깨물면 무척 뜨거운 국물이 터져나오니 주의해야 해요.

☞ 어디서 먹나요?

[해방로교자관]서안 역을 등지고 왼쪽으로 가면 버스터미널이 나오고 맞은편에 큰 간판으로 '解放路餃子館'이라고 씌여 있습니다. 역 정면에 뻗어 있는 길이 해방로인데 해방로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한 블럭 옆길 '尙德路'에 있다는걸 기억하세요.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집이라더군요. 2층에는 더 다양한 만두들을 파는데 예약을 해야 한데요. 서안은 단체 여행으로 중국을 가실 때에도 많이 들르는 도시니까 가이드에게 이야기해서 꼭 한번 드셔보세요.

그냥 물만두 60개쯤되는 500그램=10원, 삼선물만두 500그램=14원, 그냥 찐만두 1통=10원, 어향찐만두=12원

잊지 마세요. 물만두 시킬 때는 20개쯤 달라고 하는거!

물만두 1개 시켰다가 망신당한 꿈틀이부부.

꿈틀이부부 tjdaks@netsgo.com

☞'꿈틀이부부 세계여행'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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