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응한/외자도입 근로자에도 도움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50분


대부분의 미국 언론이 대우자동차 파업과 경찰투입 해산과정을 크게 보도했다. 이는 우리의 노사문제, 특히 해외자본과 관련된 문제에 미국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직장을 잃은 노조원들이 구조조정을 원망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한 해외매각 계획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노동계 전체로서는 외국자본 도입을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할 것 같다.

▼자본난땐 노조 악화-실업 증가▼

자본에도 공급자와 사용자가 있다. 자본의 주요 사용자는 자본이 투자된 곳에 종사하는 근로자다. 근로자가 반대해서 외자유치가 잘 되지 않아 자본이 부족하면 국내 자본공급자인 소위 큰손들만 득을 보고 근로자의 입지는 불리해진다. 소비자가 부족한 특정상품의 수입을 반대해 그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국내 제조업자만 득을 보고 소비자는 손해를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환란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원활한 자본 공급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당시 자본 공급이 거의 끊어지면서 노사협상에서 노조의 입지가 얼마나 취약해졌던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은커녕 현상유지도 못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과 정부가 근로자와 자본가 중 어느 쪽의 입지를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외자유치 정책이 달라진다. 94년까지 3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외자관련 정책이 좋은 예다. 유권자가 비교적 젊어서 근로자의 비중이 크고 집권당이 친노동계나 진보파일 때는 외자유치를 장려했고, 유권자가 비교적 고령이고 집권당이 보수정당일 때는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을 장려했다.

그러면 외국자본 도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론은 어떤가. 환란 직후에는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위기가 사라지고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자 다시 외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는 듯하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외국인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기업의 성장기반이 잠식되고 외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외자유치보다 국내자금을 선용하는데 정책의 중심축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기업의 성장기반이 잠식된다는 주장은 ‘하나가 잘되면 누군가 피해를 본다’는 식의 제로섬게임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투자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누가 100원을 투자해 100원의 가치만 유지하려고 하겠는가. 빠른 시일 안에 200원, 300원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투자자의 목적이 이뤄질 때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조되고 국부가 증가한다. 따라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은 얼마든지 같이 크고 공존할 수 있다.

외자와 국내자본의 건전한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이자가 내려감에 따라 외국은행이 대출금리를 국내은행보다 먼저 내려 소비자가 혜택을 보는 것도 좋은 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수많은 기업과 부동산이 일본기업으로 넘어갔다. 그 당시 일본이 미국의 경제 지배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국수론자들의 우려와 미국의 자산이 일본에 싼 가격으로 넘어간다는 불만이 미국 언론을 휩쓸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자본의 미국 유입에 대한 경계심은 불필요한 피해망상에 불과했고 일본자본 유치가 미국경제를 위해 필요했고 계속 필요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또한 일본이 미국 부동산과 기업을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인수해 막대한 손해를 본 사실도 밝혀졌다.

▼자본비용 낮춰야 고용늘어▼

외자유치보다 국내자본을 선용하는 데 정책의 중심축을 둬야 한다는 것은 외국자본의 비용을 인위적으로 국내자본의 비용보다 비싸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자본의 수익률을 높여주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 자본가들은 환영할 정책이다. 그러나 자본수요자의 입장은 반대다. 자본의 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국내투자는 감소되고 그에 따라 고용기회가 줄어 실업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대졸자가 갈 곳이 없고 실업률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결국 외국인 투자환경을 시급히 개선해 많은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근로자를 위하고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꾀하는 길이다.

김응한(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 겸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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