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사업 주내용-공정]공사진척 10%…빨라야 2008년 완공

  • 입력 2001년 3월 4일 21시 29분


미국 일각에서 경수로사업의 재협상론이 제기되면서 이 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공사 진척사항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분단 이후 남북 최대의 역사(役事)로 일컬어지는 경수로사업은 94년 10월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100만㎾급 경수로 2기를 유상으로 지어주기로 한 것이 골자.

제네바 합의는 북한에 대한 ‘권리’와 ‘의무’조항을 담고 있다. 경수로 공급사업은 북한으로서는 권리인 셈. 그러나 경수로 핵심부품 인도 직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받아야 하는 의무를 수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수로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북한의 권리 부분만을 크게 볼 뿐 의무 부분을 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특히 화력발전소로 대체하자는 일부 의견은 제네바 합의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무책임한 언동”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의무〓제네바 합의와 경수로 착공에 따라 북측은 흑연감속 원자로와 관련시설을 동결해야 한다. 물론 원자로 신규 건설도 할 수 없다. 동결대상시설은 △이미 가동 중인 영변의 5㎿ 원자로 △건설 중인 50㎿ 원자로와 200㎿ 원자로 △핵연료봉 공장 등이다.

또 원자로와 가압기 등 경수로 핵심부품을 인도하기 직전 북한은 IAEA의 특별사찰을 받아야 한다. 제네바 합의 체결 당시 덮어두었던 ‘과거 핵투명성’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것. 이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절차이다.

이어 핵심부품 인도시점부터 경수로 1호기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 후 연료봉을 제3국으로 모두 반출해야 하고 2호기가 준공되기 전까지 동결 중인 핵시설을 모두 해체해야 한다.

▽공사진척 상황〓함경남도 금호지구에 건설 중인 경수로는 한국표준형 원전(울진 3, 4호기와 같은 모델)으로 현재까지 부지조성공사의 92%가 끝난 상태. 전체공정으로 보면 9∼10% 정도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전체 사업비 46억달러의 약 70%인 32억2000만달러(약 3조5420억원)의 재원을 KEDO에 대한 차관으로 제공하게 돼 있다.

올 상반기 부지 조성공사가 마무리되면 8월경 부지 굴착공사가 시작된다. 이 시점부터 앞으로 경수로의 운영과 보수를 담당할 북측 기술자들이 실무교육을 받기 위해 남한에 올 가능성이 높다.

당초 KEDO는 경수로 완공 연도를 2003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주계약(TKC)체결이 99년 12월에 이뤄지고 지난해 2월 계약이 발효되는 바람에 공기가 늦춰져 2008년에야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제네바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2003년까지 공사를 마무리짓지 못한다면 별도 보상을 해야한다는 것이지만 KEDO측은 공사 지연에는 북측의 잘못도 있다고 맞서고 있어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火電으로 대체 가능할까▼

경수로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있는 대안일까.

미국 일부에서 줄곧 거론되고 있는 ‘화전(火電) 대안론’은 ‘핵개발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에 100만㎾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한다’는 94년 제네바 핵합의를 전면 수정하는 것.

한국 정부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측은 경수로의 화전 대체 구상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경수로 2기 발전량과 맞먹는 200㎿급 화력발전소 10기를 건설할 경우 공사비는 경수로 사업비 46억달러보다 6억달러 적게 든다. 그러나 화력발전소 부지 10곳을 새로 착공해야 하므로 공사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또 경수로 건설에 이미 6억달러가 투입됐으므로 공사를 중단하면 이는 버리는 비용이 된다.

일부에서는 경수로 1기만 건설해주고, 1기는 화전으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는 운영상의 문제 등을 감안해 ‘항상 2기를 한 세트로 건설한다’는 기본상식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1기만 건설한다 해서 건설비가 절반만 드는 것이 아니라 70% 이상 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의 효과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공기 단축도 기대하기 어렵다. 화전 착공을 위한 핵합의 수정과 공급협정, 차관협정 주계약협정 등을 개정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경수로가 완공될 예정인 2008년까지 화력발전소 완공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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