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의 TV읽기]흑백 논리로 해결된 너무 뻔한 '화해'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27분


25일 방영된 MBC 설 특집극 2부작 ‘며느리들’(오전 9시45분)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남녀 차별, 잘사는 가족과 못사는 가족 사이의 모순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해 놓고 명절날 실제로는 잘 벌어질 수 없는 해프닝들을 마구 섞어 보여주고 있다.

돈에 얽매여 있는 내숭형 큰 며느리, 꾀를 부려 어떻게든 시골에 가지않으려는 속물형 둘째 며느리, 친정어머니가 아파도 말한마디 못하는 콩쥐형 셋째 며느리, 명절날 스키장에서 놀다가 시아버지에게 호출받고 거짓 임신으로 유세를 떠는 돌출형 막내 며느리.

이 네 명의 며느리들이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은 시어머니, 시아버지 앞에서 솔직한 심정을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한국 며느리들의 불만을 드라마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마음껏 펼쳐놓는다.

며느리 시청자들은 시아버지의 역(逆)귀성을 요구하는 막내 며느리의 당당한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다가, 시댁 고향에 가기 싫어하는 둘째 며느리의 잔머리에 자신들의 속내를 들키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 점에서 시청자들의 ‘내면의 거울’처럼 보인다.

‘며느리들’은 명절날 며느리들이 당하는 갖가지 설움들을 우회적으로 그리지 않고 다소 코믹하지만 정면으로 다루었다. 또한 달라진 명절 풍속도를 충분히 염두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며느리들이 처한 시집살림의 현실들을 너무나 자명하게 전제한 것만큼 그 결론도 너무 뻔한 ‘화해’로 맺고 있다.

우리네 시어머니들이 과연 드라마처럼 아들과 딸, 돈있는 며느리와 없는 며느리를 대놓고 쉽게 차별하는가? 아들을 위해 역귀성을 선언하는 시아버지의 결단이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을까?

분명 존재하는 갈등이지만, 그것을 너무 쉽게 단정해버리면 며느리들의 이유있는 반란은 그냥 공기(空氣)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드라마는 항상 현실을 과잉 단정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며느리들의 설움이 흑백논리에 의해 드러나지 않을뿐 더러 시댁들과의 갈등도 그렇게 편하고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라마는 너무 간과한 것이다.

<문화평론가>

sangyeu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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