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2 TV<부부 클리닉>"우리 부부 사연과 똑같네"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44분


‘결혼이란 폭풍의 하늘에 걸린 무지개.’

바이런의 이 시귀는 KBS2TV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금 밤 11시)의 홈페이지에 있다. 이혼 위기에 닥친 부부의 다양한 사연을 보여주고 시청자의 의견을 묻는 이 프로그램은 기혼부부나 예비부부 모두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역할을 하고 있다.

TV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요일 밤 늦게 방영되는데도 2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병든 아내를 둔 중년남자의 짧은 외도를 그린 ‘가을남자’(11월3일 방영)의 이혼 찬반 여부에 대한 의견이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5만2140건 접수된데서도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이는 인터넷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여자 동창생과 바람이 난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 ‘동창회의 악몽’(9월22일 방영)의 3만5407건의 의견 접수 기록을 깬 수치다. 지난해 10월 22일 첫 방영된 ‘정공팔 대 고춘자’에 대한 이혼 찬반여부 의견이 1131건이었다는 점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사랑과 전쟁’이 이처럼 꾸준한 호응을 얻는 이유는 실제 부부생활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실감 높은 소재를 선택하면서 그 결론은 시청자 자신에게 맡기는 열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또 이 두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시청자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대부분 소재를 실제 부부 이야기에서 선택한다. 3명의 변호사로 이뤄진 자문위원단과 가정법률상담소를 통해 실제 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실제 사연을 취재해 이를 극화해오면 방송극본으로 채택해주는 열린 작가 시스템도 한몫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방송작가가 벌써 10명 가까이 된다.

현실감있는 사연 발굴에는 인터넷 게시판도 큰 몫을 한다. 게시판의 비공개사례코너에 올라오는 진솔한 사연이 매주 50여건에 이른다. 특히 ‘사랑과 전쟁’의 게시판은 다른 프로그램의 게시판과 달리 비방이나 욕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진지한 시청소감이나 동병상련의 격려성 글로 가득 차있다.

장성한 책임프로듀서는 “실제 사연이 드라마보다 극적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면서 “부부간 대화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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