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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이영학 '청동으로 만든 돌'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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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이영학 '청동으로 만든 돌'展

입력 2000-08-29 18:56수정 2009-09-2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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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영학(52)은 두상(頭像)과 새, 그리고 입상(立像)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다. 그가 만든 두상은 이름없는 민초에서부터 장욱진 변종하 화백, 서예가 오제봉, 시인 구상, 작가 박경리, 중광 영암 성파 스님, 임권택감독, 기업인 손정의, 마라토너 황영조 등 유명인사가 망라돼 있다. 하지만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결코 작품 제작에 나서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위 철 수저 부지깽이 대나무 등으로 만든 새 시리즈는 기발하면서도 ‘해탈’의 느낌을 준다. 몇 년을 매달려온 입상시리즈는 아직 전시도 하지 않았다. 특정 주제를 놓고 몇 년간 원없이 작품을 제작한 뒤 성에 차다 싶으면 다른 주제로 옮아가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이번엔 그가 ‘쇠로 만든 돌’을 들고 나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29일∼9월 7일. 실리콘과 밀납으로 두 차례 주물을 뜨고 브론즈를 부어 덩어리를 완성한 후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색을 입혔다. 고도의 테크닉으로 진짜 돌 보다 더 돌 같은 느낌을 준다. 시간이 흘러 청녹이 끼면 돌에 이끼가 낀 듯 신비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하지만 형태는 지극히 단순하다. 돌위에 또다른 돌 하나를 올려놓거나 성황당처럼 돌 무더기를 쌓아올린 것이 대부분이다.

늦은 비가 내리는 주말 서울 수유동 그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목우당(木牛堂)’이란 당호가 붙은 그의 작업실은 잘자란 대나무와 이끼 낀 돌,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촘촘히 늘어서 잘꾸며진 조각공원과도 같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는 육당(六堂)의 시조가 저절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각종 조각 도구와 벽난로의 온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전시작 중 하나를 만져본 기자가 돌인줄 알았던 작품들이 사실은 정교한 청동조각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자 작가는 “그동안 구상적인 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비(非)형상성 작품으로 전환했습니다. 깊은 산사에 갔을 때 스님들이 깨끗이 쓸어 놓은 마당에 낙엽 하나가 살포시 떨어지는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에 호불호가 분명한 다혈질의 작가가 이같은 침잠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된 배경은 무엇일까.

“요즘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거든요. 간결 정갈 단순 단아한 생활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느껴지고 이런 생각들이 이번 출품작들에 영향을 주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작가 한수산은 이번 그의 출품작들을 ‘적멸(寂滅), 없음으로 일궈내는 있음의 극치’라는 말로 표현해 냈다. 30분 정도로 예정했던 대담은 두시간여를 넘겼지만 시간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고 그의 부인이 내오는 음식은 남편의 조각만큼이나 ‘무기교의 기교’이면서도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다. 덕분에 기자는 다음 사돈 어른댁 혼사에 30분이나 늦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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