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金대통령 평양첫날 일정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47분


역사적인 평양행 첫날인 1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아침 일찍 일어나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는다. 관저에서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 차남 홍업(弘業)씨, 손자 손녀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뒤 “잘 다녀오시라”는 가족들의 환송을 뒤로 하고 청와대 본관으로 향한다.

본관 집무실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잠시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 뒤 서울에 잔류하는 수석비서관들에게 만반의 근무태세를 당부한다. 김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과 악수를 하고 청와대 정문까지 도열한 비서실 직원들의 환송 속에 청와대를 나선다. 이때부터 TV생중계가 시작되며 관저에서의 모습은 녹화돼 공개된다. 김대통령은 잠시 청와대 앞 ‘효자동 사랑방’에도 들러 환송 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서울공항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곧바로 3부요인과 전 국무위원 및 일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성명을 발표하는 등 간단한 행사를 갖는다.

이어 김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해상공을 거쳐 평양으로 향한다. 그 뒤에는 수행원들이 탄 아시아나 특별기가 따른다.

1시간여의 비행 끝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북측의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이나 백남순(白南淳)외무상, 또는 북한헌법상 국가원수인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홍성남(洪成南)총리 등의 영접을 받고 도착성명을 발표한다.

공항 영접행사 중 국가연주나 의장대 사열은 생략된다. 군악대의 간단한 환영음악 연주와 화동(花童)의 꽃다발 증정식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의 순안공항 도착 장면도 TV로 생중계된다.

김대통령은 공항에서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한다. 이때 연도에 북한 주민이 나와 김대통령을 환영할 가능성도 있다. 여장을 푼 김대통령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수행원들과 함께 북측이 제공한 음식으로 오찬을 한다.

오후에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만수대의사당이나 인민문화궁전에서 역사적인 첫 단독정상회담을 갖는다. 현재로서는 1시간 정도가 예정돼 있으나 분위기가 좋을 경우 무한정 길어질 수도 있다. 특히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한다”는 김대통령의 기본 입장으로 미뤄볼 때 회담시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김대통령과 김국방위원장의 상봉 장면은 아쉽지만 TV로 생중계되지 않는다.

김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면 숙소로 돌아와 휴식한 뒤 북측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첫날 만찬은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김영남상임위원장이 주최할 가능성이 높다. 김대통령은 만찬에서 북한 지도자들과 상견례 겸 우의를 다지게 된다. 만찬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모두 마친 김대통령은 숙소에서 수행원들과 하루를 평가하고 다음날 상황을 밤늦게까지 점검한 뒤 잠자리에 든다. 평양에서의 첫 밤이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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