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WP紙 "한국사회 과외에 멍들고 있다"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8분


과외 금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이어 고액과외 단속방안을 둘러싼 입씨름 등 미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지가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진보적 연구단체인 카토(CATO)의 케이시 라티그 연구원이 기고한 ‘여러분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한국인의 근심’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한국에서 6년 동안 불법 영어교습을 했으나 단속 한번 당하지 않고 2년전 귀국했다는 라티그는 다음과 같이 한국의 과외현실을 꼬집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영어 수학 과학 음악 등의 과외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평등주의’ 때문에 과외는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과외를 배척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소외감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과도한 과외비 부담을 불평하면서도 용한 과외 선생을 찾는데 열심이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몇년 전에는 자녀의 과외비를 마련하려고 매춘에 나선 주부가 경찰 단속에 걸린 적도 있다. 학교 교육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쏟는 돈은 전체 생활비의 15∼30%.

한국 학생들은 세계 학력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입시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고 주입식 공부에만 매달린다. 학생들은 ‘입시 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97년 현재 초등학생의 70%, 중고등학생의 50%가 과외 등 사교육을 받는다. 한국인들은 교육을 워낙 중시해 과외 금지는 미국 고속도로에서 속도제한만큼이나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위헌 판결로 과외는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한국에서 조기 유학이 급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학비용이 과외비나 학원비보다 더하지 않다는 인식도 널리 퍼지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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