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岸관계 현상유지할듯…천수이볜 대만총통 취임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신임총통이 취임사에서 중국이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중국과 대만간의 양안 긴장이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총통은 20일 타이베이(臺北)시내 총통부에서 열린 제10대 총통 취임식에서 "중국이 대만을 무력침공할 의사가 없는 한 독립선언이나 국호변경, 양국론 개헌, 독립찬반투표 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중국은 경제개방의 기적을 이뤘다"며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주석의 치적을 높이 평가한 뒤 "적의를 버리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를 열어 양안교류와 영원한 평화로 하나의 중국 문제를 해결해나가자"고 중국지도부에 대화 및 교류 재개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천총통 취임사에 대한 완전한 거부의 뜻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성의가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중국공산당 대만판공실과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20일 성명을 발표하고 천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이라는 핵심은 회피한 채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며 "그대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천총통이 취임사를 통해 대만독립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씻어냈다는 점에서 양안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대만 증시는 천총통이 취임사에서 양안 관계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않은데 대해 실망, 한때 4.6%까지 폭락했다.대만 증시의 가권(加權)지수는 폐장 직전 차익을 기대하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폭락세를 다소 회복하기는 했으나 전날보다 3.3%(299.42 포인트) 떨어진 8820.35에 장을 마쳤다.

잔뜩 흐린 날씨에 진행된 취임식에는 스와질랜드와 니카라과 등 대만의 주요수교국인 아프리카와 중남미 5개국 국가원수를 포함해 84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참석자중에는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과 미국측 사절단장인 로라 타이슨 전 백악관 수석경제고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 등이 포함됐다.

천총통은 취임식 직후 탕페이(唐飛·68) 행정원장을 수반으로 한 신임 행정부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신정부 출범을 공식 선포했다.

대만 신정부는 장관 평균연령이 54세로 국민당 시대에 비해 크게 젊어진 것이 특징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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