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⑧]결산 좌담회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10분


《수십년 동안 굳게 걸어놓았던 빗장을 푼 한국의 일본문화개방. 앞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지형은 어떻게 달라질까. 또 일본 대중문화의 숨은 힘은 무엇일까. 각각 상대국의 대중문화 현장을 취재한 동아일보와 아사히 신문 취재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일 문화교류의 현재와 앞날을 이야기했다. 좌담회는 지난 연말 도쿄 아사히신문사에서 열렸다. 아울러 한국의 문화종사자들에게 문화개방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직후 양국을 각각 둘러본 소감은.

노나미〓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를 취재했다. 일본이 압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문화식민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강한 것같았다. 한국의 문화 벤처기업들은 규모는 작았지만 의욕이 강한 것으로 느껴졌다.

김희경〓일본의 영화 관계자들은 ‘하나비’‘카게무샤’ 등의 흥행참패 이유를 궁금해하며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지만 애니메이션, 만화쪽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만화는 한국에 이미 진출해서인지 특별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

야마모토〓스크린쿼터 논란과 영화법 개정 등으로 한국 영화계는 큰 전환기를 맞이한 것같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힘쓰는 영화인들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아키야마〓방송은 최근 프로그램 합작이 늘어나면서 양국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부산에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열기는 뜨거웠다.

김갑식〓TV에서는 댄스와 비주얼 음악이 주류지만 여러 라이브하우스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의 경쟁력은 다양한 장르의 공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 한국측이 우려하는 이유는 외설, 폭력이 심한 저질문화 유입 때문인가 아니면 산업 잠식을 걱정해서인가.

김갑식〓문화의 질적 측면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공중파 TV에서도 여성의 옷을 벗기는 게임이 버젓이 오락물로 방영되고 있다. 또 일본의 일부 가요 관계자는 개방이 될 경우 40%이상의 시장지배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했다.

김희경〓애니메이션게임등을 제외하고는 산업잠식의 우려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저질 문화는 한국에나 일본에나 마찬가지로 있는 것이다. 일부분을 확대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노나미〓한국에서는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경쟁력을 가지려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화산업에서 규제는 상상력을 제한한다.

구마모토〓정부보다 언론이 더 보수적인 게 아닌가. 한국의 일부 관료들은 개방하고 싶어도 매스컴 때문에 못한다는 말도 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갑식〓일단 점진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오다가와〓유학과 특파원 생활로 30년 가깝게 한국과 인연을 맺은 내 입장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충격적이었다. 한국인에게 일본은 과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침략자라는 이미지가 아직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화는 ‘야만’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개방이 되었으니 양국의 문화 교류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이 되었으면 한다.

김희경〓전면 개방이 아니라 단계적 개방을 한 데에는 현실적으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몇몇 분야에서는 한국의 창작물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개방을 미루는 유예기간이 불가피 해 보인다. 앞으로 문화교류가 ‘쌍방통행’이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그걸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의 대중문화 창작자들이 분발하는 수 밖에 없다.

〈정리〓김갑식기자〉gskim@donga.com

★좌담회 참석자★

<아사히신문> 오다가와 고 전 한국특파원, 구마모토 시니치 학예부차장, 아키야마 류오타, 야마모토 카츠야, 노나미 켄스케 학예부기자

<동아일보>김희경 김갑식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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