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연재를 마치며]하일지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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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선수라면 저마다 도전해 보고픈 기록이 있듯이 한 사람의 작가인 나에게도 도달하고 싶어했던 오랜 기록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상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아름답고 문학적이고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아라비안 나이트’판본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이런 엉뚱한 야심을 품고 집필에 들어간 것이 ‘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인데 어언 2년하고도 1개월이 되었다니 감개무량하다.

그러나 이 작업이 워낙 방대한 것이어서 지금까지 써온 것보다 앞으로 써야할 것이 훨씬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2년1개월동안 오직 이 작업에만 매달리다시피 했지만 내가 한 것은 고작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아직 아무것도 성취했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이 연재를 마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좀 심하게 지쳐있는데다가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는 다른 일들이 오래 전부터 나를 독촉하고 있다는 것도 그 까닭이다. 이번에 못다한 이야기들은 어떤 지면을 통해서든 머지않은 장래에 완성해 보일 것을 약속드린다.

돌이켜보면 이 작품의 이야기들 중에 어떤 것은 우리의 인습과는 거리가 있어서 우리 독자들에게는 당혹스럽고 충격스러울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들은 내가 의도하는 바를 이해하고 아낌없는 찬사와 격려를 보내주곤 했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독자들의 성숙된 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의를 표하는 바다.

끝으로 2년이 넘는 시간을 두고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준 동아일보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하일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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