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중편릴레이 연재/은희경]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뚜렷이 다른 빛으로 반짝이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30대의 세 여성작가 공지영 전경린 은희경. 그녀들이 어떤 그림을 완성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각기 다른 붓과 물감을 든 세 사람은 1일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를 시작으로 올해말까지 서로 바통을 주고 받으며 동아일보 연재소설을 이어나간다. 각자에게 부여된 시간은 두달반 남짓. 출발선에 선 세 사람으로부터 연재 구상을 들어본다.》

연재를 결심하기까지 은희경은 오래도록 머뭇거렸다. 96년 동아일보 연재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를 마친 후 너무 빨리 독자들과 만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했다.

올들어 그는 자신의 속도에 자주 브레이크를 건다. 등단 3년만에 이상문학상 수상, 그리고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늦게 등단한 것을 한꺼번에 벌충하려는 듯 고속으로 질주해온 자신이 ‘반짝스타’ ‘신데렐라작가’로 끝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강하게 검열하는 것이다.

“한달간 지방에 내려가 있을 계획이에요. 아직까지도 시간 관리를 잘 못해 이렇듯 뭉텅뭉텅 시간을 잘라내 작업을 하러 떠난다는게 쑥스럽기도 합니다.”

그는 요즘들어 내가 써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인간 속에 깃들여있는 허위 불안 모순, 그것들이 시대와 맞물려 어떻게 변형되고 표출되는가이다.

“소설에 대한 제 첫번째 생각은 ‘다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굳이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리려고 하느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밝은 면, 사랑이나 신뢰같은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왔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어요. 인간에게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데 그 그림자쪽을 봄으로써 오히려 진실된 모습에 다가설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에게 곧잘 따라붙는 수식어는 ‘생에 대한 가차없는 시선’ ‘독설과 냉소주의’ ‘엄숙주의에 대한 조롱’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그가 “지나치게 위악적인 것이 아니냐”고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을 포용하고 연민하는 은희경 나름의 방식이다.

“‘인간이란 훌륭해야 한다’는 틀을 갖고 본다면 어떠한 타인과도 소통과 공감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이란 이렇게 허점이 많고 불완전해. 나도 너도 그런것 아니야?’라고 마음먹게 되면 상대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편해지지요”

그는 자신의 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도 ‘솔직성’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엄숙주의를 거부하고 변소얘기도 잠자리얘기도 편견없이 쓰는 태도에서 글 읽는 사람들이 편안한 공감을 얻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전쟁과 같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견뎌나가며 요즘 그녀는 동시대인들의 동요와 불안에 부쩍 더 마음이 쓰인다.

“자기 삶에 대해 어떠한 계획도 세울 수 없는 불안한 생활.그것이 이번 연재소설의 바닥에 흐르는 감정이 되지 않을까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습니다.”

은희경의 소설은 10월 중순경부터 연재된다.

▼ 약력 ▼

△59년 전북 고창 출생

△숙명여대 국문과,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졸

△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 장편‘새의 선물’ 등

△문학동네 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정은령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