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人事난맥」]양金 공동정권의 「예고된 진통」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주양자(朱良子)전보건복지부장관의 사퇴와 후임인선을 둘러싼 과정에서 국민회의 자민련 공동정권의 인사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가 ‘1순위’로 제청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수용한 박영숙(朴英淑)씨가 몇시간만에 김모임(金慕妊)씨로 뒤바뀐 것은 공동정권운영과정에서 뭔가 아구가 맞지 않는 점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인사 난맥상에 따른 국정표류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 도입 등 제도적 정비를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초 여권은 새 정부 내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차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었다.

그러나 여권과 거야 한나라당이 총리서리 인준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인사청문회 문제도 함께 유실돼 버렸다.

당시 이 제도를 도입했더라면 주전장관과 같이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국회 청문회과정에서 걸러졌을 것이 분명하다.

또 공동정권이라는 특성 때문에 인사의 난맥상이 빚어지는 측면도 있다.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권자는 분명히 김대통령이지만 ‘자민련 몫’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주전장관의 경우 임명된 지 얼마되지 않아 부동산투기 의혹 등이 불거져 나왔지만 김대통령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또 최근 주전장관의 투기의혹이 다시 도마에 올랐을 때도 김총리서리가 무언가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다리면서 손을 놓고 있었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속으로 꿍꿍 앓으면서도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통령과 총리서리는 헌법상의 상하관계이지만 공동정권의 같은 오너라는 법과 현실의 괴리가 인사 난맥상을 부른한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동정권 하에서 인사가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권력지분을 나누다보니 양쪽 모두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하는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은 김대통령대로 주로 측근들을 통해 정보를 구하고 인선하다보니 특정지역 편중인사나 연고주의 인사에 빠지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총리서리도 마찬가지로 그때 그때 닥치는 대로 임기응변식의 인선을 하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총리인준 반대에 집착해 인사청문회 도입을 집요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정부조직개편 당시 중앙인사위원회의 설치를 무산시켜 새 정부의 인사파행을 부추긴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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