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혁/外統部 위안부소송 무관심

  • 입력 1998년 4월 29일 19시 40분


일본 야마구치(山口)지방법원 시모노세키(下關)지부가 일본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린 27일 오후 6시경.이호진(李浩鎭)외교통상부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내일 담당 국장의 설명이 있겠지만 판결 원문엔 ‘배상’이라는 표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모노세키 지부의 재판이 끝난 것은 이날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였고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이 판결문을 입수한 것은 3시쯤. 판결문에는 분명히 ‘피고국(일본)은 국가배상으로 원고(군대위안부)에게 위자료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었다.

다음날 오전. 담당국장인 문봉주(文俸柱)아태국장을 대신한 신정승(辛正承)심의관은 “민간에서 해온 소송이라 재판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어제 판결에 큰 기대를 안한 게 사실이다”며 ‘부작위(不作爲·일본의회가 배상입법을 하지 않은 행위)피해’에 대한 ‘위자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곧이어 나타난 문국장도 ‘배상’이란 표현이 없었다는 것은 오해였다며 “비록 1심 재판이지만 재판소가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소송에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초연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재판추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사가 판결문을 입수한 지 3시간이 더 지난 다음에도 “판결문에는 배상이란 표현이 없다”고 공언했던게 외교통상부가 밝힌 이른바 ‘관심’이었다. 시모노세키에는 우리 총영사관도 있다.

위안부 배상문제가 언제까지 한일간 외교쟁점으로 남아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이어 나온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의 말 속에서는 ‘배상’이라는 문제를 왠지 귀찮은 ‘역사의 혹’쯤으로 여기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김창혁<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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