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로키 호러 픽처쇼」,객석-은막 묶은 「컬트축제」

  • 입력 1998년 4월 29일 08시 27분


‘컬트(Cult)영화.’ 일부 관객에 의해 열광적으로 떠받들어지는 영화를 가리키는 이 말은 지난해말 ‘킹덤’을 필두로 영화 심야상영이시작되면서국내영화팬들에게도이미낯설지않은 용어이다.

그러나 그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컬트’가 그저 한밤중에 영화보러가는 별난 취미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컬트영화의 원조인 ‘로키 호러 픽처 쇼’상영관은 기가 찰 정도로 열광적인 집단체험의 현장이었다.

18일 밤12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의 누아트 극장.

주말 밤마다 ‘로키 호러 픽처 쇼’를 상영하는 이 극장에 들어서면서 길게 푼 두루마리 화장지와 멕시코 밀떡인 토르티야를 사방에 던지고 괴성을 지르며 난장판을 벌인다.

영화가 시작된 뒤에도 마니아들은 대사를 큰 소리로 줄줄 읊고 영화속 노래를 따라하며 객석 사이를 줄곧 뛰어다녔다. 극장부설 극단인 ‘육체의 죄악’소속 배우들은 영화속 등장인물과 똑같은 옷을 입고 무대위에서 영화의 모든 장면을 따라 연기하는 라이브 쇼를 벌였다.

젊은 남녀가 우연히 양성(兩性)외계인이 사는 집에 들어가 겪는 온갖 황당한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담은 이 영화가 처음 개봉된 것은 75년. 개봉관에서는 별 볼 일 없었지만 변두리극장에서 심야상영을 하면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뉴욕에서는 14년 연속상영을 기록했을 정도. 도대체 10대 후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광적인 팬들로 구성된 극단 ‘육체의 죄악’ 캐스팅 담당 마릴린 핸드리의 해석.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애정 때문이다. 당신은 기존의 틀이 살아가기에 흡족한가. 영화는 얌전히 앉아 펼쳐지는 화면을 수동적으로 기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천만에. 우리는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이 영화를 ‘내 것’으로 만든다. 그렇게 해서 숨이 막히는 주류(主流)문화속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운다.”

〈로스앤젤레스〓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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