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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이광희/「다차」에서 움트는 러시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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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이광희/「다차」에서 움트는 러시아의 봄

입력 1998-04-29 08:27수정 2009-09-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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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봄은 주말 농장 ‘다차’와 함께 시작된다. 주말이면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하는 차량행렬이 줄을 잇는다. 겨우내 방치했던 다차 건물을 보수하고 감자 토마토 등을 심을 텃밭을 손질하기 위해서다.

여자들은 2,3일 동안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식빵,야채, 생선 절인 것, 음료수, 보드카는 필수품이다. 가끔 사스릭용 돼지고기도 준비한다. 사스릭은 숲에서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제격이지만 봄에는 대부분 다차에서 사스릭을 즐긴다.

여름의 대부분을 다차에서 보내야 하므로 TV 등 가전제품을 도시의 아파트에서 다차로 옮기는 일은 남자들의 몫이다.

다차의 중요한 기능 중 한가지는 긴 겨울동안 먹을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텃밭에 이랑을 만들고 씨를 뿌리는 일에 온가족이 동원된다. 감자 오이 토마토 등 각종 야채류와 앵두 사과 복숭아나무 등 유실수를 가꾸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다차의 지하창고는 훌륭한 식품 보관소다. 수확한 농산물을 창고에 보관해두었다가 겨우내 필요할 때 꺼내 먹는다. 공무원 교사 경찰 국영기업체 임직원 등 러시아 직장인들이 몇개월분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외국인들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신기해 한다. 그 비밀의 한가지는 다차를 통해 기본 식품을 어느 정도 조달한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민 역시 80% 이상의 가구가 다차를 갖고 있다. 이들은 다차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외에 낚시와 수영을 즐기며 이웃 사람들과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과거에는 다차의 개인 소유가 허용되지 않았다. 각 직장 단위로 다차를 건설해 소속 직원들에게 빌려주는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이후 다차의 건물은 물론 부속 토지도 자유롭게 매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노브이 루스키’(신러시아인)라 불리는 신흥 부자들이 도시 외곽에 호화 단독 주택을 지어 상주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처럼 형태는 여러가지로 달라졌지만 다차는 러시아인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휴식 공간이자 생계 보조 수단이다.

이광희(KOTRA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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