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삼/日시민단체의 숨은 공로

  • 입력 1998년 4월 28일 20시 15분


일본에는 임진왜란 때부터 코무덤에 제사를 지내온 로쿠스케(六助)장군의 후손이 있다. 안중근(安重根)의사의 감옥간수였던 헌병 지바 도시치(千葉十七)가 후일 안의사를 숭모한 얘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일본군위안부 소송에서 일본의 국가적 배상책임을 명백히 한 시모노세키(下關)법원 판결의 뒤안에는 한국인 피해자들을 소리 없이 돌봐온 일본인 시민그룹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전쟁책임을 묻는 관부(關釜)재판을 지원하는 모임’(대표 마쓰오카 스미코·松岡澄子)

변호사와 순수한 자원봉사자 등 5백여명의 회원들은 그동안 소송을 뒷바라지하면서 1백80여개 단체와 수만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내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일본 법원의 소명과 양심회복”을 강조해온 이 시민 모임의 노력에 대한 화답일지도 모른다.

일본내엔 ‘위안부문제의 입법해결을 요구하는 모임’ ‘전쟁피해조사회법을 실현키 위한 시민회의’ 등 이같은 시민그룹이 무수히 많다.

일본군의 잔학성을 낱낱이 폭로한 세균전 피해의 진상조사 및 관련 소송도 시민단체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최근 일본사회의 우익화는 ‘브레이크 없는 페달’처럼 보인다. 정치권이 “우향 우”를 외치자 학계는 ‘자학(自虐)사관 탈피 운동’을 부르짖고 지방의회는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를 삭제하라”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에나가(家永)교과서 소송’ 판결에서 “거짓말하는 나라는 망한다”고 경종을 울렸던 법관처럼 ‘아시아의 맹주 일본’에 향수를 갖는 세력을 견제하며 ‘양식 있는 일본’을 떠받치는 양심집단이 일본에는 있다.

윤상삼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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