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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日법원 절반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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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日법원 절반의 양심

동아일보입력 1998-04-28 20:15수정 2009-09-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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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山口)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下關)지부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한국인 군위안부 피해자 3명에게 국가배상을 명한 27일 판결은 일본법원의 ‘절반의 양심’으로 평가할 만 하다. 일본에 제기된 50건 가까운 전후배상 소송에서 원고가 일부나마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소송으로서는 최초의 판결이어서 앞으로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위안부 제도를 ‘여성차별 민족차별’이며 ‘인권침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군(軍)의 개입’을 인정한 93년 관방장관 담화로 보상입법의무가 명확해졌는데도 입법을 게을리 했다고 지적, ‘입법 부작위’에 대한 국가배상을 명했다. 일견 교묘한 이런 논리구성은 ‘전쟁희생자 구제는 입법정책의 문제’라는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와 시효(時效)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동안 일본 법원은 배상여부를 입법에 미루었고 국회는 외국인 피해자를 배상대상에서 제외한 채 방치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든 전후배상이 한일(韓日)청구권 협상으로 끝났다는 일본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원고측이 제시한 세가지 근거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법 부작위’만 수용했고 그것을 토대로 1인당 고작 30만엔씩의 배상을 명한 것이다. 특히 국가사죄는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근로정신대 배상은 위안부에 비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위안부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 서면으로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은 강제수용했던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사죄 보상했고 미국 국적이 없었던 일본계 피해자들에게도 보상하기로 했다. 독일은 국내외 나치 피해자들에게 개인배상을 했고 화해기금도 냈다. 일본도 외국인 피해자들에게 정식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주변국들과의 미래지향적 선린관계를 확고히 하고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정부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판부에 유감을 표시하며 항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 정당과 시민들의 의견도 분분한 모양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최선의 열쇠는 이번 판결이 촉구한대로 일본국회의 입법조치라고 본다. 일본국회와 정부의 향후 태도, 상급심과 다른 재판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자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위안부문제의 진상이 규명되고 일본의 역사인식도 바로잡히기를 아울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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