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양자씨 사퇴를 보고

  • 입력 1998년 4월 28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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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의 경질은 뒤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진작 주씨 스스로 사퇴했다면 본인과 새 정부의 상처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자질시비에 휘말려온 사람을 장관으로 기용한 새 정부는 도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주씨의 경우는 공동정권의 한계와 취약성을 드러낸 대표적인 인사실패 사례다. 주씨는 당초 재산취득과정에 많은 의혹이 있어 내각에 들어가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가 천거한 ‘자민련 몫’이라는 사실때문에 그같은 지적들은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다. 경질문제만 해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나 국민회의측은 공동정부의 한 축인 자민련에 대한 입장탓인지 눈치만 보고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 마지못해 결단을 내린 인상이다.

그동안 무엇보다 도덕성 개혁성 참신성을 인사기준으로 내세웠던 정부는 진작 주씨를 퇴진시켰어야 했다. 비록 공동정부의 복잡한 속사정과 임명권자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긴 했으나 국정 혼란과 업무 차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옳았다. 주씨는 마지막까지도 용퇴 의사를 보이지 않은데다 정부는 그런 주씨를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두달 가까이 쓸데없는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인사는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했다면 과감히 그리고 빨리 시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지금 새 정부의 산하기관 인사는 나눠먹기식 낙하산 인사를 했던 문민정부 때와 다를 게 없다. 이번 주씨의 경질 배경이나 과정도 문민정부 초기 박양실(朴孃實)전 보건사회부장관의 경우와 너무나 흡사하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도 지금의 인사행태는 철저히 재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김대통령도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서 인사의 오류를 일부 시인했다. 그 발언이 어떻게 정책으로 반영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청문회는 이같은 잘못된 인사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다. 김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한 대로 인사청문회가 시행됐더라면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첫 조각 때는 청문회를 않기로 한 정치권의 타협이 잘못됐다.

여야는 사실상 6월 지방선거 이후 인사청문회법 입법에 들어갈 모양이나 그렇게 미룰 일이 아니다. 더구나 현 내각에는 주씨 외에도 도덕적으로 의심을 살 만한 인사들이 더 거론되고 있다. 이번과 같은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정치권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인사검증장치는 빨리 마련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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