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꿈나무」하루 67명씩 길걷다 참변

  • 입력 1998년 4월 27일 20시 21분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10건중 7건이 ‘보행사고’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96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숨졌거나(9백32명) 다친(3만4천6백67명) 어린이는 모두 3만5천5백99명. 이 가운데 2만4천4백48명(68.6%)이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길을 걷다가 사고를 당했다. 하루 67명꼴이다.물론 육교밑 무단횡단 등 어린이 과실사고도 포함돼 있다.

시간대별로는 하교 이후인 오후2∼8시에 집중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시간대에 숨졌거나 다친 어린이가 전체의 52.6%. 반면 등교시간인 오전8∼10시에는 7.3%에 불과했다.

결국 어린이들은 방과 후 길을 걷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학원교습, 친구나 친척방문, 친구들과의 놀이 등이 이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탓이라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상대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한 미취학아동과 초등학교 1년생의 사고가 많았다. 전체의 51.4%. 또 집으로부터 1㎞ 이내에서 발생한 사고가 34.8%나 됐다. 사고가 날 때 혼자 있었던 경우가 61.5%.

이처럼 어린이 보행사고가 큰 문제가 되자 서울 은평구 녹번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직접 학교주변 ‘교통안전지도’를 만드는 등 사고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주변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해 4월부터 수십차례 통학로를 답사하고 교통안전시설을 점검, 위험지역을 파악해 지난해 10월 ‘어린이 교통안전지도’를 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어린이들과 통학로의 문제점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 안전한 보행방법 및 교통안전수칙을 정리, 안전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 학교측은 지도제작과정에서 파악된 위험한 통학로에 안전시설 설치를 건의하는 등 교통환경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녹번초등학교 학부모 박영숙(朴英淑·40)씨는 “아이들에게는 ‘차조심 하라’는 말보다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를 함께 걸으면서 교통안전규칙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등하교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95년부터 초등학교 유치원 주변 3백m 범위에 지정하기 시작한 ‘스쿨존’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스쿨존으로 지정, 안전시설물을 설치한 곳은 전국 초등학교 및 유치원 1만5천1백48곳 중 3천3백52곳(22.1%)에 불과하다. 스쿨존 안전시설은 전용보도 가드펜스 과속방지턱 안전표지판 미끄럼방지시설 차량진입금지기기 등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시내 5백23개 초등학교 중 4백43개교(84.7%)주변 도로를 스쿨존으로 지정해 안전시설물 설치를 마쳤다”며 “나머지 학교 주변에도 내년까지 안전시설물 설치를 끝내 최대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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