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겉도는 실업대책

  • 입력 1998년 4월 27일 19시 39분


실업자가 계속 늘고 있다. 3월 한달 동안에만 14만명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자가 1백38만명에 이르렀다. 실업률도 12년만의 최고치인 6.5%로 치솟았다.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망실업자와 일주일 노동시간이 17시간 미만인 불완전취업자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실업자수는 2백만명에 육박하리라는 추산이다. 이같은 실업규모는 우리 사회가 최근 30여년 동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충격이다.

3월중 실업자 가운데 90%는 기업의 감원 또는 부도 등에 따른 실직자였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가 늘면서 20대 실업률도 크게 높아졌다. 이는 실업사태가 구조적인 문제로 경제위축 및 기업구조조정의 고통이 바야흐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대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실업자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정치적 불안이 고조될 우려가 높다.

그런데도 정부의 실업대책은 겉돌고 있다. 우선 실업통계부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실업자 전망치도 매달 공식 실업률이 발표될 때마다 달라진다. 올 실업자수 1백30만명 억제 목표는 이미 무너졌다. 그렇다면 정부의 실업대책 또한 수정 보완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실업대책은 크게 네가지다. 공공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 취업알선과 직업훈련 확대, 실업자 생활안정 지원,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이다. 이같은 실업대책에 쓸 재원만도 7조9천억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실효성이다. 직업훈련은 실제 재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내용도 부실한 수박 겉핥기식이다. 실직자 생활안정 지원을 위한 생계대출은 절차가 까다롭고 보증인을 구하기 힘들어 그림의 떡이다. 벤처기업 육성도 투자에 비해 고용유발효과는 크지 않고 도산위험만 높을 뿐이다.

정부의 실업대책은 지금으로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다. 실업대책자금 7조9천억원을 그냥 허비하지 않으려면 실업대책 실천프로그램이 더욱 정교하고 현실 적합성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량실업사태가 장기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단기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부의 실업대책은 실직자 구제차원이 아니라 예방차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산업구조 대개편이 진행중인 점을 감안할 때 실업대책은 마땅히 고용안정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노동시장기반 안정쪽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실업대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긴 하지만 정부의 능력과 재정지출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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