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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속의 「아시아적 가치」세미나]美 조지 메이슨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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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속의 「아시아적 가치」세미나]美 조지 메이슨大

입력 1998-04-26 20:04수정 2009-09-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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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아시아가 경제위기를 계기로 ‘정체성의 위기’까지 맞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가 발생한후 그 원인을 ‘아시아적 가치’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많아지면서 세계화의 대세에 밀려 ‘아시아적 가치’가 갑자기 초라해 졌다.아시아 각국은 족벌주의 연고주의에 빠져 합리주의에 입각한 서구적 자본주의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 워싱턴 근교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아시아적 가치’의 미래를 놓고 세계 석학들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세미나의 주제는 ‘아시아의 윤리와 제도,그리고 아시아의 경제’. 이 자리에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저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프란시스 후쿠야마 조지 메이슨대교수가 ‘아시아 위기에 비춰본 아시아적 가치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를 했다.

‘역사의 종말’을 통해 인류의 미래가 서구식 개인주의적 자본주의로 귀착될 것으로 전망했던 후쿠야마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는 아시아적 가치를 강력히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먼저 아시아만의 독특한 경제모델론부터 부정했다. 아시아의 경제모델이란 아시아가 뒤늦게 자본주의를 도입했지만 교육수준이 높은 양질의 노동력과 소명의식 있는 관료들을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새로운 경제모델을 창출했다는 논리.

그는 90년대초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전총리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 등이 주도한 경제모델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아시아 경제모델론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점을 지적, “아시아적 경제모델론은 독재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본주의적 발전경로는 세계 공통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 가족제도가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고 범죄율의 급속한 증가는 없었으며 이것은 가족주의적인 유교의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게 그의 주장. 그는 “가족주의적 질서의 핵심은 여성”이라며 “아시아국가들은 여성을 가정의 울타리 안에 묶어둠으로써 이같은 사회적 안정을 이룰 수 있었으나 반면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계속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특수한 경제모델이 존재하지 않듯이 아시아적 가치가 결코 최근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은 ‘정책의 실패’에 불과할 뿐이지 문화적 원인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부캐넌박사는 “아시아의 각국이 비교적 단일한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점이 도덕적 해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후쿠야마교수를 반박했다.

그는 “아시아는 합리적 계약관계보다는 개인적 친소관계를 중시해왔다”며 “이같은 특징이 경제위기의 원인이 됐고 앞으로 단기간 안에 경제회복이 이뤄지기 어려운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캐넌 박사는 “개인의 사회적 책임과 헌신을 강조하는 아시아의 유교주의적 유산은 서구사회에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면서 “자본주의화가 일방적인 서구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한국경제연구소 피터벡 연구원은 토론에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아시아적 가치에서 찾으려는 시도에 반대하면서 “동아시아 각국은 각자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벡 연구원은 다만 “한국과 일본의 관료들이 상대적으로 덜 부패된 집단”이라고 말한 후쿠야마 교수의 발언에 대해 촌지문화를 들어 “부패는 관료집단은 물론 사회전반에 걸쳐 만연된 질병으로 이번 위기에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아시아경제가 하나의 모델로 성립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가 아시아의 가치관을 폐기하거나 서구화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적 가치는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 속에 수렴돼 갈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

이날 세미나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경제학자들도 많이 참석,토론에 참가하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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