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기부양 20조엔 투입…아시아지원 7천억엔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일본정부는 24일 당초 알려진 규모보다 5조엔 가량이나 늘어난 종합경제대책을 내놓음으로써 경기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초 자민당이 마련한 경기대책 규모는 16조엔. 일반적으로 정치권에 비해 정부가 재정지출에 더 부담을 느끼는 점을 고려할 때 불황으로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일본정부의 경기대책이 이 규모보다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실제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경기대책 총액은 16조2천억엔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 2시가 넘어가면서 총액이 20조엔을 넘을 것이라는 긴급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기대책 총액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우편저금 4조엔을 주식시장 대책비로 사용하고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지원금 7천억엔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증시대책을 위한 금융활성화대책비가 추가된 것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이 정부설득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 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가를 끌어올림으로써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자민당의 복안을 정부측이 마지막 순간 수용했다.

또 아시아 경제위기와 관련한 지원은 ‘일본의 적절한 기여’를 요청하는 국제사회의 거센 목소리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뛰어넘은 이번 경기대책은 일단 일본의 경기회복, 특히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증시활성화대책이 포함됐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큰폭의 상승세로 돌아서 16,000엔대를 회복, 전날보다 249.55엔 오른 16,011.24엔으로 마감했다. 또 도쿄외환시장의 달러당 엔화환율도 1백30엔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일본의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반전할지 아니면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의 ‘일본때리기’가 계속될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일본 불황의 두 핵심인 금융업과 건설업의 ‘골병’은 웬만한 대책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어려울만큼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주일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종합경제대책에 대해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단기적인 경기자극 효과는 있겠지만 혁신적인 규제완화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어렵다”며 전기통신분야 등의 규제완화를 앞당길 것을 일본측에 촉구했다.

24일의 대책 정도로는 일본정부에 대한 압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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