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들의 재산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어제 공개된 김대중(金大中)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등록내용은 몇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장관들의 재산이 김영삼(金泳三)정부 때의 1.7배에 달한다.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또는 김대중정부의 각료라고 해서 반드시 재산이 적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많은 재산을 상속했거나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 고위공직을 맡을 수도 있다. 다만 오랜 세월 핍박받은 인사가 많고 개혁열의도 높을 것이라는 김대중정부의 일반적 이미지에 비추어 보면 뜻밖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 가운데 땅부자가 많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주목의 대상이 될 것같다. 장관급과 청와대수석비서관들은 살고 있는 집을 빼고도 1인당 평균 8천5백여평의 땅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상당수는 남양주 분당 제주 용인 등 연고 없는 곳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개발연대를 살아온 세대로서 이런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재산증식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주양자(朱良子)보건복지부장관이다. 그는 투기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총재산이 30억8천여만원이라고 해명했으나 한달만인 이번에는 14억8천만원 늘어난 45억6천여만원을 등록했다. “96년 재산공개 이후 부동산을 사거나 팔지 않았다”는 그의 말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등록내용이 왜 달라졌는지 주장관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만약 거짓말을 했거나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렸다면 주장관은 퇴진해야 마땅하다.

이번 재산등록에서는 등록의무자 52명중 16명의 직계존비속이 재산고지(告知)를 거부했고 본인보다 부인명의의 재산이 더 많다고 신고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고지거부’는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존비속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예외적 장치이며 부인명의 재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재산은닉의 방편으로 악용된다면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취지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공직자윤리법 제1조의 규정처럼 재산등록제도는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재산증식을 막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취지를 살리려면 당사자가 재산내용과 변동사항을 성실히 신고하고 당국이 그것을 제대로 실사(實査)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실사는 유명무실했다. 게다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후퇴에 따라 재산등록의 진실성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게 됐다. 정부는 성실신고와 실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감사원이 실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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