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알뜰쇼핑객」 북적…세일 충동구매 『옛말』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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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주부 김서영씨(34)는 요새 백화점 갈 때마다 꼭 챙기는 게 하나 있다. 아침에 신문에 끼워져 배달되는 백화점의 세일 선전 전단이다.

“오늘은 롯데 잠실점에서 참조기 12마리를 만원에 파는구나. 그랜드에서는 얼마에 살 수 있나….”

구매목록 미리 작성백화점 전단을 들여다보면서 가격이며 시간을 꼼꼼히 따진다. 그리곤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고서야 물건을 사러 나선다. IMF한파 이후 김씨에게 새로 생긴 습관이다.

김씨같은 ‘알뜰 계획 쇼핑’이 정착되면서 백화점 쇼핑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주에 일제히 끝난 봄 세일에서는 이런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번 봄세일 때 란제리류를 이른바 ‘미끼상품’으로 1백원씩에 내놓았던 갤러리아 잠실점. 4천∼8만원짜리 모시메리 팬티 등을 하루 1백점 선착순으로 판매하자 개점 몇 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입구에 진을 쳤다. 강남뿐만 아니라 하남 광명 성남에서까지 원정온 주부들도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 중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남자 손님들도 끼여 있었다.

밀려드는 인파에 미소를 머금었던 백화점측은 그러나 손익계산을 해보고는 울상을 지었다. 미끼상품이 판매된 1층 잡화매장의 매출은 기대치에 못미쳤기 때문. 미끼상품만 산 뒤 다른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버린 손님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실속없는 장사’를 했다는 것은 이 백화점의 객단가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세일기간 중 입점 고객수는 하루 평균 1만2천5백14명. 작년의 1만1천8백72명보다 5.4% 늘어났다. 그러나 객단가는 3만4천9백원에서 2만8천3백원으로 18.9%나 떨어졌다.

이번 세일 때 셔틀버스가 유난히 북적댔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싼 맛에 왕창 사가는 소비자들이 줄어들면서 굳이 승용차를 가져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할인점 손님 안줄어 백화점이 세일만 하면 무조건 손님이 몰린다는 말은 이젠 옛말이 됐다. 이런 사실은 백화점 세일 기간 중 할인점 매출에서도 드러난다. 백화점이 세일에 들어가면 할인점은 으레 손님을 뺏았겼지만 올해는 이 공식이 깨졌다. E마트 일산점의 경우 올해 4월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 증가했다. 세일이 없던 지난달의 작년 3월 대비 3.5% 신장보다 오히려 더 높은 것이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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