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DJ 입장선회 배경]『분위기 익었다』판단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국민이 (정계개편을) 독촉하고 있다.”(17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지방선거를 통해 정계개편을 이뤄야 한다.”(18일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대행)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21일 조대행) “국민 다수가 정계개편을 해서라도 정국안정을 실현, 국난을 극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23일 김대통령)

지난 일주일 동안 정계개편에 관한 김대통령과 국민회의 조총재권한대행의 발언록. 시일이 흐르면서 발언의 강도와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있다.정계개편에 대한 여권 수뇌부의 계산이 이미 끝난것이다.

그동안 신중론을 펴던 김대통령의 인식변화가 감지된 시점은 지난 15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초 재선의원들이 여야 총무가 합의한 선거법협상안 분리처리 방침을 뒤집은데서 비롯됐다. 김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할말을 잃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이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를 고발한 것도 여권 핵심부를 자극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울고 싶은데 뺨때려준 격”이라며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로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주 주례보고에서도 김대통령은 조대행을 비롯한 당수뇌부에 야당의원접촉을 승인하는 사인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여권 핵심부가 일제히 활동을 개시한 시점도 주례보고 직후였다.

선거법협상 처리에 대한 계산도 이미 끝난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나라당측이 선거법개정안 분리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약속을 요구한데 대해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그냥 간다”고 일축했다.

선거법개정안 처리가 끝내 불발로 그치더라도 한나라당이 명분도, 실리(최병렬·崔秉烈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좌절)도 잃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대통령의 입장선회는 단순히 정치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것같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내와 자제라는 김대통령의 취임초기 국정운영철학이 기득권세력의 발목잡기로 한계에 부닥쳤다”며 “여러기관에서 ‘힘있는 대통령’으로의 변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계개편의 고비는 금주말경이 될 것 같다. 여권 관계자들은 “금주말을 주목해 달라”고 말한다.

23일 열린 국민회의 간부간담회에서 당 간부들은 각자 접촉중인 한나라당의원들과 영입가능인사를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당장 입당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어디에서도 정계개편에 대한 망설임이나 주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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