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김주일/韓日 지방교류 실리「지름길」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경제담당 공사로 출발해 일본 관계 일을 한 지도 5년이 되었다. 일본에 있으면서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이들의 유서깊은 지방 자치 전통이다. 일본은 오랜 지방 분권과 지방 자치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각종 경제 사회활동의 중심이 되는 것도 국가보다는 지방이다.

외교 안보 통상 등의 국제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지방화 정보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 차원에서의 국제 관계도 중요하다. 지방 차원의 교류는 국가간의 관계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정치 외교적 제약을 넘어 보다 실질적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외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와 여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과의 교류 협력도 지방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몇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한일 양국의 지방간에 실질적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간에는 물론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스포츠등 각 분야에서 지방차원의 기관이나 단체간, 나아가 주요 시설물(예:인천항과 요코하마항, 부산항과 고베항 등)이나 자연물(예:한라산과 후지산 등)을 중심으로 우호적인 자매 결연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일본내에는 많은 지방자치단체에 한일친선협회 지부가 있다. 이들 협회의 운영을 보다 활성화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지방간 교류를 증진시키고 재일 동포들이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초 중 고교와 대학사이의 우호자매교 결연을 늘림으로써 자라나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미래지향적인 교류방법이다.

둘째, 일본에 대한 우리의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한일간에 어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상층부를 상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의사결정은 정부 민간을 막론하고 대부분 하의상달형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무층에 대한 접근과 설득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에 근무하는 동안 우리 정부나 기업이 일본의 중간관리층 이하 실무진에 대한 설득을 소홀히 하고 최고 책임자 위주로만 접근함으로써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따라서 일본의 정부나 민간과 접촉할 때는 우선 실무 수준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진 뒤 고위 수준으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일본의 주요 지방에 주재하는 공관을 양국간 교류 협력의 근거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회생과 구조개혁을 위해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들의 모국투자와 본국의 외화예금 또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매입 등을 장려하고 일본 기업이나 일본인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에 지방 공관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동포들이 각종 연수회 친목회 등의 모임을 본국에서 개최토록 유도하는 것도 우리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될 듯하다.

지금까지 일본의 중앙정계인사(중참의원)들은 우리나라의 정치권이나 정부 차원에서 접촉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들 정치인은 대부분 지방에 선거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선거구에 있는 지방 공관장들과 적극적으로 친분을 맺어둔다면 양국간 문제해결을 위해 이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일<주요코하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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