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세체계의 전면 손질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조세체계가 대대적으로 손질된다. 이번 세제개편의 큰 방향은 조세체계 단순화와 형평성 제고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의 경제 구조조정 지원과 자본 외환 자유화에 따른 과세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있다.

우리 세제(稅制)는 그동안 정치적 목적, 경제환경의 변화,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바뀌면서 누더기가 돼버렸다. 세금종류만도 국세 17개, 지방세 15개로 지나치게 많고 과세체계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세금에 세금을 덧붙이거나 심지어 조세감면에 대하여 세금을 물리는 부가세 방식의 목적세를 운용하고 있는 등 과세구조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이같은 복잡한 조세체계는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거나 통상마찰의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다분히 정치적 목적으로 신설된 목적세 비중이 계속 높아져 18.7%에 이르고 있는데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다른 목적으로는 쓸 수 없어 탄력적인 재정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제개편의 당위성은 새삼스러운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세제개편은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땜질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조세개혁의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조세체계의 간소화 역시 조세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세부담의 적정화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소득계층 및 유형간 형평성 제고, 탈세방지와 납세자의 편의, 권리증진에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현재 조세제도의 개편을 필요로 하는 경제현안은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손실분의 보전과 경제활력의 회복이다. 돈 쓸 곳이 많다보니 세제개편을 핑계로 대대적인 세수증대를 꾀하려는 유혹을 받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그러잖아도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경제에 무거운 세금부담이라는 또 다른 짐을 지워서는 경제활력은 살아날 수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신중해야 한다. 기본취지는 옳으나 그것이 1가구 1주택에까지 중과세하는 결과로 나타나면 상당한 조세 저항이 예상된다. 자동차세제 개편없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특별소비세율을 30%나 올리겠다는 방침 또한 마찬가지다. 각종 조세감면제도의 정비도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는 조세체계 개편의 핵심 과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데도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음성 탈루소득을 찾아내 예외없이 세금을 물려야 하고 변칙적인 상속 증여에 대한 과세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적세 폐지 등 조세체계 합리화 방안이 구체적인 세제개편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나 부처이기주의에 이끌려 또다시 유야무야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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