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급하지만 눈치보여』30대그룹 정리해고 고민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노사정(勞使政)합의에 따라 정리해고가 가능해진 것은 2월20일. 기업들이 곧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부 지방사무소에 해고계획을 통보하고 법정 60일을 기다렸다면 사정이 다급한 기업에선 지금쯤 정리해고가 있을 법한 시점.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23일 현재 정리해고 계획을 신고한 기업은 모두 20여개. 그러나 대부분 직원 수백명 정도의 중소기업들로 30대 그룹 주력 계열사는 한 군데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위기로 대기업 대부분이 자금압박 및 내수침체 속에 정리해고의 법적 전제인 ‘긴박한 경영상태’에 몰려 있는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 결국 두달 동안 30대 그룹들은 정부 및 노조의 눈치를 보며 속만 끓이고 있다는 얘기다.

A그룹의 한 임원은 얼마전 관할 노동사무소에 정리해고 계획안을 제출하려다 면박만 당했다. ‘좋지도 않은 일에 왜 선봉(先鋒)을 자처하느냐’고 담당 직원이 타박한 것.

노조의 예상되는 반발도 기업들엔 큰 부담. 새 근로기준법은 △성실한 해고회피노력 △합리 공정한 해고기준 △60일전 노조에 통보 등 기준을 만족시킨 다음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G그룹 관계자는 “노조가 반발하지 않아도 협력업체들이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려운 모양’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기 십상”이라며 “현 법규로는 기업이 망하는 단계에 가서야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한마디.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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