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뒤엔 이곳에 가보자 ⑩]캠퍼스 명소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도심 곳곳의 대학 캠퍼스. 개나리 목련 진달래 철쭉 라일락…. 봄꽃들이 차례로 피었다 지고, 나뭇잎은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더해간다.

초록의 절정으로 치닫는 요즘 캠퍼스마다 주말과 휴일이면 다정한 부부, 연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또 평일에도 벤치 곳곳을 차지한 인근 직장인들이 물새처럼 지친 날개를 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캠퍼스커플이었던 여학생에게 최근 실연했다는 연세대생 김모씨(22). 일요일인 19일 교내 작은 숲인 청송대 오솔길을 홀로 걷다 서러움이 울컥. 다정히 두손을 잡고 산책하는 30대 초반의 부부. 몇 발짝 앞에서 뒤뚱대며 걸어가는 아기를 바라보는 얼굴엔 나란히 웃음이 가득.

“단란한 모습으로 소풍나온 가족을 보노라면 ‘나도 (그녀와) 잘만 됐으면 몇년 후 저렇게 모교에 놀러올텐데’라는 부러움과 그리움이 더욱 복받칩니다.”

캠퍼스나들이는 꼭 그 대학 출신이 아니어도 좋다. 경희대 캠퍼스를 즐겨 찾는 김종민 박정현씨 부부(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김씨는 연세대 88학번, 박씨는 성균관대 87학번이지만 경희대교정은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 프로포즈를 한 곳이 바로 황혼이 깔릴 무렵 이 학교 도서관앞 나무 우거진 벤치였기 때문. “얼마전 일요일에 서울대공원에 갔다가 차안에서만 몇시간을 허비했어요. 휴일 산책에는 웬만한 공원보다는 대학 캠퍼스가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같은 과 3년후배인 아내와 냉전 뒤에 화해할 때는 모교인 건국대내 호수주변을 거닐고 학창시절 자주 갔던 학교앞 분식점과 카페를 찾는다는 김대형씨(31·서울 광진구 구의동).

“학교 다닐 때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에 거친 전경들에게 몇번씩 강제검문을 당하다가 교문에 딱 들어서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안도감을 느끼곤 했지요. 요즘 아내와 함께 캠퍼스에 들어서면 ‘매연 가득한 바다위에 떠있는 초록 섬’에 안착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 연세대 ▼

서울 신촌 본교에선 작은 운동장만한 넓이의 숲인 청송대가 아름답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덮고 솔잎 사이로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청송대(聽松臺). 정문에서 쭉 뻗은 길(백양로)을 따라 끝부분 오른쪽에 있다(정문에서 도보 5분). 또 생활과학대 뒤쪽 작은 숲도 조용하며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약수터가 많은 연세대 뒷산(안산)으로 이어진다. /주차 유료. 차는 가지고 가지 않는 게 좋다/유모차 및 일반인 출입 통제 안함/일요일엔 구내식당 영업 안함.

▼ 고려대 ▼

안암동 본교는 본관 정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대칭형으로 조경한 전체 구도와 곳곳의 조경이 뛰어나다. 인촌기념관과 본관 주변은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다. 기숙사 뒤 녹지캠퍼스 일대에는 나무가 많고 노천극장 대운동장 등 공원같은 분위기를 갖추고 있지만 주변에 공사가 많아 흠. 교정 곳곳에 철쭉 라일락이 만개. /외부 차량출입은 원칙상 금지, 휴일엔 적극적 통제 안함.

▼ 건국대 ▼

건국대의 명물은 2만평 규모의 인공호수인 일감호(一鑑湖) 주변. 등나무가 햇빛을 막아주는 호숫가 벤치(1백여석)에 앉으면 한강과 아차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호수 남쪽에 소가 누워있는 형상의 섬, 와우도가 있고 물오리와 인천에서 한강을 따라온 갈매기도 가끔 보인다. 건대 정문(상허문)에서 걸어서 2분거리. /외부인 출입 통제 안함/차량출입은 통제.

▼ 경희대 ▼

경희대 본교에선 울창한 나무속에 있는 7백평 규모의 인공호수인 선동호 주변이 정취있다. 정문에서 왼쪽길로 걸어서 10분. 또 본관앞 분수대에서 오른쪽 중앙도서관까지도 괜찮다. /평일엔 유모차와 일반인 출입 통제, 휴일엔 괜찮다.

▼ 인하대 ▼

인천 인하대내 인공호수인 인경호(3천7백㎡)는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아름다운 곳. 수양버들과 아카시아 등이 우거져 있고 정자와 분수(일요일 제외) 등이 어우러진다. 정문에서 걸어서 3분거리. /일반인 출입 통제 안함/차량 출입은 통제.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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