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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조대왕 효심어린 수원화성서 부부사랑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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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조대왕 효심어린 수원화성서 부부사랑 재확인

입력 1998-04-23 07:59수정 2009-09-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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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잘 아는 사람이 드문 우리나라 성곽의 꽃 수원화성. 화성은 지난해말 유네스코에서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 만리장성 등에 이어 3백80번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이렇게 애들 데리고 나오기 얼마만이에요. ‘딸내미’ 업고 저렇게 환히 웃는 당신(유창수·35·기아자동차 근무)얼굴보니 이제야 맘이 놓여요.

난(윤병님·34·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지금도 작년 8월을 잊을 수 없어요. 세상에… 천하에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착한 당신이 술에 벌겋게 돼서는 던지고 부수고. 리모컨이 날아가 두동강나고 액자 창문유리까지 박살났지요. “죽어버리겠다”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쳐대는 당신을, 나는 사시나무가 돼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아수라장이 된 집안을 치우면서 당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아무리 회사가 부도났다해도 그렇지, 저렇게 같이 무너지다니.

매일 새벽녘에 취해 들어와 잠자는 나를 깨워 “불안해서 회사 못 다니겠다” “오늘도 누가 누가 회사를 나갔다” “나도 사표쓰고 장사해야겠다”고 넋두리를 하곤 이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고… 처음엔 나도 당신어깨를 안고 같이 울었지요. 이튿날이면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도 못하는 당신을 깨워 세수를 시키고 밥을 떠먹여 떼밀다시피 출근을 시켰어요.

그때 나는 당신 때문에 우울증치료까지 받았답니다. 급기야 내입에서 “이혼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당신은 “나는 애들 없이도 사니까 당신이 데리고 나가살아”라며 소리를 질렀지요. 우리… 가난했지만 행복했잖아요. 나 때문에 당신은 대학졸업도 포기하고 취직부터 해놓고 고향을 도망치다시피 해 서울서 올린 결혼식.

소똥냄새 가득한 집앞, 하루 한번만 나오는 수돗물, 비닐움막 화장실…. 처음 우리 보금자리로 들어가던 날, 비는 또 왜 그리 내리던지.

천장이 너무 낮아 비닐로 싼 장롱을 문밖에 세워두고 눈물로 지샜던 첫날밤이 엊그제 같은데. 결혼 6년만에 24평 우리집도 장만하고 아들 딸 낳고 부러울 게 없었잖아요. 그런데 덜컥 맞은 당신회사의 부도에다 이혼이라니.

깜짝놀란 시부모님이 달려와 눈물로 호소를 하고.

부부가 도대체 뭔지, 가족은 또 뭔지. 이혼소동이 끝난 뒤 나는 맘을 고쳐 먹었어요. 방황하는 당신을 붙잡을 사람은 나다. 내가 당신과 아이들을 책임지리라.

속기를 배우기 시작하고 당신 기죽지말라고 1천원이상 넣어본 적이 없는 당신 지갑에 10만원짜리 수표도 한장 넣어주고, 회사동료 부인들을 모아 ‘기아를 살리자’며 가두행진하고 전단 나눠주고… 교회성가대도 같이 나갔지요. 그러기를 세달여… 차츰 당신이 변하더군요. 술이 줄고 퇴근시간이면 칼같이 맞춰오고 새벽기도를 다 나가기 시작하고. 회사 때려치우고 포장마차라도 하겠다는 얘긴 쑥 들어가고 열심히 일해 회사를 다시 살리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당신이 어찌나 믿음직스러운지.

이제 겨우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아요. 정말 행복은 ‘물질순’이 아닌가봐요. 애들 학원도 다 끊었지만 당신이 봐주니 더 좋고, 당신 술담배 끊었으니 돈 안들어가고. 없이 살아도 이렇게 맘이 편하네요.

두고보세요. 나도 몇년뒤엔 대한민국 최고의 속기사가 돼있을테니.

여보! 이곳 수원화성은 정조대왕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효심으로 지은 곳이라잖아요. 이번 주말에는 없는 살림 털어 생활비 보내주시고 아침저녁 우리식구 걱정에 밤잠 못이루시는 고향 부모님댁에라도 한번 다녀옵시다.

▼화성의 역사

화성을 지은이는 정조. 정조는 당쟁의 와중에 영조의 미움을 사 한여름 뒤주 속에 갇힌 지 8일만에 죽임(1762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한을 위로하려고 세웠다. 1794년초부터 1796년말까지 약 3년에 걸쳐 축성됐다. 정조와 함께 화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다산 정약용.

당시 30세였던 그는 왕실서고 규장각에 비치된 첨단서적을 섭렵, 전혀 새로운 개념의 성을 설계했다. 거중기를 설계해 공사에 직접 사용한 것은 잘 알려진 얘기. 축조당시에는 8.3㎞였으나 지금은 5.5㎞만 남아 있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수원역에서 내려 시내버스(1, 39, 13)를 타고 팔달문이나 장안문에 내린다. 시계방향으로 장안문∼화홍문∼동북각루∼동장대∼창룡문∼봉돈∼동남각루로 돌거나 팔달문∼남치∼화양루를 거쳐 서장대로 가도 된다.

승용차로 가려면 수원역앞 로터리에서 좌회전해 경기도청입구에서 우회전한 뒤 다시 우회전해 팔달산 중턱으로 올라가 팔달공원 서장대에 마련된 임시주차장에 차를 세워두는 게 좋다. 주차사정이 좋지 않으므로 승용차로 가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성곽을 둘러보는데는 약 3시간반 가량 걸린다.

▼관광정보안내

(지역번호 0331)수원문화원 44―2161, 화성관리사무소 251―0467, 수원시청 문화예술과 229―2471, 수원관광종합안내소(수원역)229―2785.

<동행취재=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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