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사 연쇄간담 결산]「勞-안정 使-개혁」원칙확인

  • 입력 1998년 4월 22일 20시 00분


노사지도자와 가진 세차례의 청와대 연쇄간담회에서 확인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주 관심사는 ‘개혁을 위한 안정’과 ‘안정을 위한 개혁’이었다.

김대통령은 기업들에는 개혁을, 노동자들에게는 안정을 간곡히 당부했다.

개혁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지 않고는 안정을 기하기 어렵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만 지속적인 개혁추진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김대통령은 노사 각각의 입장과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일정한 선을 그었다. 사측에 대해서는 ‘심각한 사태가 오기 전에’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을, 노측에 대해서는 경영간섭이나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세 차례 간담회의 분위기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경제단체장들이나 한국노총 민노총 지도부 모두 지금은 위기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총론에 공감했다. 하지만 각론은 달랐다. 이에 대해 충분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각자의 입장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다그친다는 불만을 내비쳤다. 노총 지도부는 노사정합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자들만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드러냈다.

김대통령은 그래서 거듭 2기 노사정위 구성을 당부했다. 모든 문제는 노사정위에서 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2기 노사정위 구성 전망은 밝지 않다.

민노총은 22일 청와대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위 불참과 투쟁 방침을 고수, 난산을 예고하고 있다. 2기 노사정위원장을 맡아 대타협을 이끌어낼 만한 적임자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2기 노사정위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대타협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무엇보다도 1기 노사정위 때에 비해 국민적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현저히 약화돼 있다.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사회적 분위기도 풀어져 있다.

전도는 험하더라도 이번 연쇄간담회를 통해 노사정 3자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첫 발은 디딘 셈이 됐다. 김대통령의 대국민 설득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임채청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