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인 투자 꺼리는 이유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6분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4월 들어서는 직접투자는 물론 주식 채권투자마저 크게 줄어 외국자금 유입액이 2천1백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올들어 지난 3월까지 매월 2조∼3조원의 주식 채권자금이 몰려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우리 경제가 정작 필요로 하는 직접투자는 더욱 한심한 수준이다. 올들어 4월 10일까지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금은 모두 43억달러에 이르렀으나 대부분이 핫머니 성격의 주식투자자금이었고 공장건설이나 기업인수 합병 등 직접투자는 5억여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 4월 이후 직접투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외국인이 직접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아직도 한국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저것 개혁한다는 발표만 요란했지 실제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금융개혁은 종금사 몇개를 폐쇄한 것이 고작이고 재벌개혁도 밑그림만 제시됐을 뿐 마냥 미적거리고 있다. 정치권은 정쟁이나 일삼고 있고 산업 현장의 노사불안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경제정책은 아직도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한다. 얼마 전 기업 금융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되고 종합 실업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책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다. 재벌 구조조정을 강력히 촉구하면서도 대량해고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가 분명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정책 혼선이다.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없이는 외국인 투자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 구조조정과 노사화합이야말로 외자유치의 선결과제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이 과다한 빚에다 업종 전문화마저 이루어지지 않은 경영체제로는 21세기 국제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근로자 역시 국난극복을 위해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정리해고를 이유로 노사분규를 일으키면 기업도 망하고 근로자의 고통도 커진다. 구조조정이라는 대세를 힘으로 막을 수는 없으며 그래봐야 실익도 없다. 노총 등은 제2기 노사정위원회 구성에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과 금융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기금조성, 각종 지원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정치권은 이를 도울 관련법안의 개정 작업 등 입법조치를 하루빨리 마무리해 주어야 한다. 한국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국제금융기관의 경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금융지원을 약속한 선진13개국도 같은 이유에서 자금의 조기 추가지원을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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