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워스 주한美대사 강연]『한국경제 앞으로 더 가혹』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6분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국대사는 향후 한국경제는 과거 몇달 동안보다 더욱 가혹한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스워스대사는 22일 상공회의소 초청 강연회에 참석, ‘미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경제의 개혁, 경쟁력 및 외국인 투자에 대한 조망’이라는 제목의 주제강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보스워스대사는 “한국의 경제위기는 최근 IMF구제금융, 단기외채의 중장기전환, 40억달러의 국채발행 등으로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국내투자와 소비수요감소 생산성감소 기업도산 실업률상승 원화평가절하에 따른 인플레이션효과에 의한 실질소득감소 등으로 과거 몇달 동안보다 더욱 가혹한 시련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3월 한국의 무역수지흑자도 수출증가가 아닌 수입감소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며 이는 앞으로 수출증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스워스대사는 “미국 기업인들은 아직도 한국을 자국기업에 대한 각종 보조금과 까다로운 인허가제도, 민간의 수입반대운동 등이 개선되지 않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며 “설령 개선이 됐다 하더라도 한국이 언제 과거수준으로 돌아설지 확신하지 못해 대부분 주식투자를 제외한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보스워스대사는 또 미국기업인들은 한국기업들의 자산가치가 비효율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고 한국기업인들이 경영권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외자유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보스워스대사는 은행 감독과 규제를 강화, 먼저 은행경영을 개선하고 개선된 은행을 통해 기업들의 부채조정과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강조해 기업회계관행 개혁, 상호지급보증 철폐, 소액주주권한강화를 현실화하지 못하면 외국인 투자와 합병, 전략적 제휴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강력한 금융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한 은행이 존재하지 않는 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전망은 어둡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유치와 관련해서는 기업회계제도의 개혁,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해소, 소액주주의 권익신장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워스대사는 한국이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만 단기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며 경쟁 투명성 개방의 필수적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워스대사는 마지막으로 한국이 경쟁 투명성 개방의 핵심원칙에 입각해 새로운 경제전략을 펼친다면 역동적인 경제대국으로, 미국의 강력한 경쟁국이자 파트너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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