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총리인준」 대치정국…巨野 공산당 거부의지 확고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5분


국가두마(하원) 해산사태가 빚어질 것인가, 아니면 야당이 굴복해 총리서리가 인준을 받을 것인가. 24일 실시될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서리(35)에 대한 3차 인준표결을 앞둔 러시아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이번 표결은 키리옌코에 대한 마지막 인준표결. 이번마저 부결되면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국가두마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그는 이미 10일 2차표결에서 인준이 거부되자 “세번째도 부결되면 하원을 해산하고 말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하원을 주도하고 있는 공산당도 만만치 않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21일 “조기총선이 실시된다면 옐친 반대표가 90%를 넘을 것이고 오히려 러시아에 득이 될 것”이라며 인준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키리옌코에 대한 옐친대통령과 주가노프당수의 평가는 정반대. 옐친은 “러시아 경제개혁은 젊은 사람이 주도해야 하며 키리옌코가 유일한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반면 주가노프는 “능력검증이 안된 35세의 젊은이에게 핵강국 러시아의 2인자 자리를 맡길 수 없다”고 맞선다.

키리옌코는 하원 4백50석 가운데 과반수를 얻어야 총리로 인준된다. 최소한 2백26명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 최대 반대세력인 공산당은 1백23석을 갖고 있으며 34석인 야블로코당도 공산당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여당격인 우리집 러시아당과 러시아지역당은 각각 52석과 34석에 불과한 소수당이다.

따라서 양쪽의 싸움은 ‘파국’이 온다는 엄포를 배수진 삼아 중도 진영의 표를 끌어들이는데 집중되고 있다. 옐친대통령 진영에선 2차 표결까지 반대표를 던졌던 민중권력당(38석)과 자유민주당(49석)이 키리옌코 지지로 돌아섰다며 “공산당이 큰 소리를 치지만 정작 의원들은 하원 해산을 겁내 물밑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3차표결도 부결될 경우 의회가 옐친대통령을 탄핵하면 하원해산을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상하 양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만 탄핵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또다시 키리옌코에 대한 인준이 부결될 경우 옐친의 고집대로 하원이 해산되고 조기총선이 실시되는 ‘정치적 소용돌이’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권력층의 혼란은 지난달 23일 옐친대통령이 경제실정을 질책하며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내각을 총사퇴시킨 뒤 시작돼 이미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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