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3일]봄비에 목축인 꽃잎들 「함박웃음」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5분


뿌연 봄날. 매지구름들, 빗방울 흩뿌리다 오후 늦게 쑥 하늘로 달라붙는다. 아침 14∼20도, 낮 20∼28도.

개나리 목련 벚꽃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시달리다 져버린 봄. 이젠 라일락과 철쭉이 주로 봄비 맞겠다. 산기슭에선 문배나무의 하얀 꽃잎들이 젖겠고. 문배나무는 장미과 배나무속에 속하는 야생목. 꽃잎이 배나무꽃보다 크다.

문배하면 문배주, 러시아의 옐친대통령이 그렇게 좋아했다는 술이 떠오르지만 문배주엔 문배 열매가 들어가지 않는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향기가 문배향과 닮아서 붙인 이름일 뿐. 술먹은 이의 입에서 나는 케케묵은 냄새도 문배향과 비슷해 문뱃내라고 불린다.

요즈음 주당들, 귀가 때 자신의 문뱃내 못 느낄 듯. 밤거리를 뒤덮은 라일락향, 톡 쏘는 향이 문뱃내 씻어버릴 듯 강하므로.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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