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형 「한국식 연봉제」확산…23개그룹 실시-도입 예정

  • 입력 1998년 4월 22일 07시 02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각 기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앞다퉈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는 퇴조하고 절충형의 한국식 연봉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30대그룹 가운데 연봉제를 현재 실시중이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그룹은 모두 23개. 작년말의 11개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 연봉제에 대한 재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연봉제는 미국식 연봉제와는 개념이 크게 다른 방식.

‘퇴사후 재계약’이라는 본격적 의미의 연봉제와는 달리 퇴직을 하지 않은 채 퇴직금을 계속 적립해나가면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연봉 총액에 차등을 두는 절충형에 가깝다.

연봉제란 본래 임직원의 업무능력을 당사자와 회사가 동시에 평가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협상하는 ‘쌍방향’제도. 외국 회사의 경우 당사자가 원하는 급여 액수와 근무 환경, 복지 등에 대해 당당하게 요구한다. 고과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사원의 감봉 요인에 대해서도 엄정한 집행을 한다.

그러나 ‘한국형 연봉제’는 아직 쌍방통행이 어려운 실정. 자유로운 협상문화가 부족한 국내에서 외국식 연봉제가 실시되고 있는 곳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93년 국내 최초로 전계열사 차원에서 연봉제를 도입한 두산그룹이 한국형 연봉제의 대표 주자. 우선 감봉이 없으며 그에 따라 연봉도 큰 차이가 없다. 임금 인상폭을 성과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연봉 결정과정에서도 협상은 없다. 이 회사의 이모과장은 “매년 10분 남짓한 상담을 통해 한 해의 연봉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평가시스템도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

95년부터 일부 계열사에서 연봉제를 실시해온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온정주의’적 직무평가 관행을 버리지 못해 도입 첫해에는 직원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심했다. 능력보다는 개개인의 사정을 봐가면서 고과를 매기다보니 고과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던 것. 이에 따라 연봉제 실시 기업의 임직원 당사자나 고과자 모두가 ‘공정하고 체계적인 능력 평가’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시행착오 속에서도 기업들은 연봉제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점을 감안, 매년 제도를 보완하며 정착에 적극적이다.

특히 △무사안일주의 근무자세 타파 △건전한 경쟁의식 확산 △각종 수당으로 인해 복잡하게 얽힌 급여체계의 단순화 △노력한 만큼의 대가 보장 등은 연봉제 도입의 바람직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신세대와 고참세대, 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연공서열 종신고용 개념의 급속한 퇴조는 분명한 추세다. 샐러리맨들이 능력향상과 자기 관리로 몸값을 스스로 올려야 하는 시절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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