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깐만]이경일/촌지 기사 볼때마다 가슴 뜨끔

  • 입력 1998년 4월 22일 0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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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촌지교사 징계에 관한 기사를 읽고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섬뜩해짐을 느끼면서 누구 보는 이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30여년 동안 평교사 생활을 하다가 새 일거리를 찾아 교직을 떠난지 4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 ‘교육’이란 낱말을 듣거나 보면 어느 것보다도 그 말에 연민을 느낀다. 그간의 교단생활을 떨쳐 버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지나고 보니 그 세월에 회한이 많다. 나는 요즘도 아내로부터 따끔한 핀잔을 듣곤 한다. “당신은 제자 한사람 길러 놓지도 못했어요? 학교를 떠난 뒤 한 사람의 제자도 찾아온 일이 없으니 말이에요.” 나는 아무런 응수를 못하고 마음속으로 분명히 대답한다. “찾아올 턱이 없지. 나같은 사람을 스승이라고 생각할 녀석이 없을 테니까….”

정말 그 세월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학부형 회의, 봄소풍, 월말고사라고 해서 그것을 구실로 가정방문할 핑계를 궁리하고 행여 촌지를 받으면 오늘의 수입(?)을 계산하고…. 지난 세월을 회상할 때 ‘우리는 부정부패의 장본인’이었음을 부끄러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고백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닌 듯싶다. 교육의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 있도록 교육계의 구조조정에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떨쳐 일어나야 할 때이다.

우리는 이제 ‘교육의 실명제’를 도입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교사들도 장차는 ‘정리해고’의 범주안에서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변화를 시도해야만 어려운 때 아이들과 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게 교육계를 떠난 자의 뒤늦은 참회다.

이경일(광주 동구 운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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