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디프 임팩트」,지구멸망앞둔 「생존티켓」경쟁그려

  • 입력 1998년 4월 22일 06시 33분


앞으로 1년 뒤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오늘 내일 그리고 다음 주를 어떻게 살겠는가. 남은 시간동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고 미미 레더 감독이 연출한 ‘디프 임팩트(Deep Impact)’는 종말에 다다른 인간들의 다양한 선택을 보여주는 공상과학 영화이다.

지구와 혜성의 충돌을 소재로 한 ‘디프 임팩트’는 SF영화면서도 코끝이 찡해지는 인간적 감동의 요소도 고루 갖췄다.‘액션과 멜로 비빔밥’은 할리우드 발상의 상투적인 메뉴이긴 하지만 ‘디프 임팩트’에서 인간의 이야기는 양념이 아니라 중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앞에 닥친 혜성과의 충돌을 앞두고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우주선을 제작, 핵폭탄을 쏴 혜성을 파괴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마지막 생존의 길은 1백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요새인 ‘신(新)노아의 방주.’ 이 요새의 생존자로 선택되거나 혹은 탈락되면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다양하다. 공포에 질린 폭동에서부터 인간의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한 자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아의 방주’ 탑승을 스스로 포기하는 용기….

오랜 불화를 극복하고 핏줄의 질긴 연대감을 확인하며 죽음을 맞는 여주인공과 아버지, 끔찍한 재난의 와중에도 가족애와 순수한 사랑을 잃지 않는 10대 아이들은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을 온 몸을 전달하는 대변인들이다.

최루성 요소도 많다.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의 시사회장에서 영화가 혜성 폭파를 위해 ‘가미가제’를 자임한 우주선 승무원과 가족들의 화상대화 장면에 이르자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을 정도.

로버트 듀발, 모건 프리먼, 맥시밀리언 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 노장들의 빛나는 연기가 영화의 맛을 더해준다. 국내에서 생소한 여주인공 테아 레오니는 TV외화 ‘X파일’의 머더요원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아내다.

스필버그 사단의 특수효과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제트추진연구소의 과학자문은 영화에 사실성을 더했다. 제작시점도 ‘21세기에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확률이 높다’는 국제천문연맹의 최근 발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5월8일 미국 개봉에 이어 16일 국내 개봉 예정.

〈로스앤젤레스〓김희경기자〉

▼ 미미 레더 감독 인터뷰

미미 레더는 온갖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드문 ‘여성 액션영화감독’이다.

촬영감독 출신인 그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TV 의학 드라마 ‘ER’로 95년 에미상을 탔으며 이듬해에는 스필버그의 제안으로 조지 클루니, 니콜 키드먼 주연의 액션영화 ‘피스메이커’를 연출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액션영화감독’으로 불리는 것이 달갑지 않은 듯하다. 21일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최대 관심사는 액션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TV드라마 ‘차이나 비치’ ‘ER’에서도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디프 임팩트’도 공상과학적 소재보다 사람에 대한 감성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마음이 끌렸다”는 것.

사람에 대한 그의 관심과 따뜻한 시선은 개방적인 캐스팅에서도 드러난다. ‘디프 임팩트’에서 미국 대통령 역할을 맡은 배우는 흑인인 모건 프리먼.

TV감독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에 성공한 그의 소망은 아버지(폴 레더)가 쓴 ‘감성적인 여행’을 영화화하는 것.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였던 어머니와 연합군에 속했던 아버지의 일생을 서사적인 사랑 이야기로 그려낼 작정이다.

〈로스앤젤레스〓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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